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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세상칼럼

[한명숙 전 총리 모두진술] “의혹을 심증으로, 심증을 사실처럼 만들려는 것”

2010.12.06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다시 법정에 선 한명숙 전 총리는 “지난번 무죄판결에 대한 보복수사”라며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지 않았고, 그런 생각조차 품어보지 않았다”고 검찰의 공소사실을 반박했습니다.

한 전 총리는 6일 오후 서울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하나가 안되면 다시 새로운 혐의를, 그것이 안되면 또 다른 건의 조작을 통해서 끊임없이 저를 부도덕한 사람으로, 부패와 비리의 상징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누명을 씌워 의혹을 심증으로, 그 심증을 사실인 것처럼 국민들이 믿게 만들려는 것”이라며 “국회 회기 중에, 그것도 대낮에 수행비서와 운전기사도 없이 직접 차를 운전해 일산으로 가서 도로변에서 돈가방을 건네받았다는 검찰 공소내용을 보고 아연실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얼마나 힘들었는지 절감

한 전 총리는 또한 검찰의 기소를 두 번이나 겪으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는지 온몸으로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본인이 받은 수모와 모욕도 참기 힘들었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민주세력이 받을 명예훼손과 상처가 더욱 아프고 쓰렸을 것”이라고 밝히는 대목에서는 목이 메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지난 7월 한 전 총리가 2007년 건설사 대표 한 모씨로부터 9억 원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면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한 법원 판결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난데없이 터무니없는 피의사실을 공표한 뒤 별건 수사를 강행했던 것입니다.

한 전 총리는 이번 수사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며 일절 협조하지 않았지만 오늘 첫 공판에서는 재판부에 모두발언을 통해 심경을 밝히고, 성실하게 재판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한 전 총리는 2006년 총리공관에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 뇌물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2009년 12월 말 기소됐다가 5개월 만인 지난 4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이날 공판에는 이해찬 이사(전 총리), 유시민 출판위원장, 강기석 홈페이지 편집위원장, 조기숙 해외온라인위원장  등 <노무현재단> 관계자를 비롯해 손학규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김근태 상임고문, 박선숙 의원, 유인태 전 의원, 이경숙 전 의원, 유기홍 전 의원, 김형주 전 의원, 임종석 전 의원 등 민주당 관계자, 장하진 미래발전연구원장(전 여성부 장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황인성 전 시민사회수석, 이기명 전 노무현후원회장 등과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이명박정권-검찰-수구언론의 정치공작 분쇄 및 정치검찰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인사들이 참석했습니다.

다음은 한 전 총리의 모두발언 전문입니다.


모두발언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오늘 다시 법정에 섰습니다. 모두 진술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제가 왜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믿기지 않습니다. 지난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하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았다고 증명해야 하는 난감한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이 법정에서 저를 기소한 검찰과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과는 별개로 세간의 의혹과 의심, 질시의 눈초리를 견뎌내야 하는 것입니다. 아마 검찰이 노리는 것은 이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가 안 되면 다시 새로운 혐의를, 그것이 안 되면 또 다른 건의 조작을 통해서 끊임없이 저를 부도덕한 사람으로, 부패와 비리의 상징으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상습’의 누명을 씌워 의혹을 심증으로, 그 심증을 사실인 것처럼 국민들이 믿게 만들려는 것이겠지요.

지난번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이미 저에 관한 모든 피의사실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가 낱낱이 보도됨으로써 저는 재판을 받기도 전에 범죄인으로 낙인찍힌 상태입니다. 이것이 엄연히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의 인권과 명예는 여지없이 유린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이렇듯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하는 검찰공화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번 사건은 지난번 무죄판결에 대한 보복수사입니다. 검찰이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은 한명숙 개인이 아닙니다. 저는 고 김대중 대통령님과 노무현 대통령님을 모시고 국정을 운영했던 사람입니다. 민주정부 10년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아직까지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는 국민들에 대해 검찰은 수사의 이름을 빈 정치탄압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허망하게 보낸 죄책감과 상실감을 딛고 다시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전진하려는 사람들에게 부패의 멍에와 비리의 족쇄를 채워 이 땅에서 유폐시키려는 것, 그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분명하게 말씀 드립니다. 검찰의 공소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저는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런 생각조차 품어보지 않았습니다. 검찰의 공소장을 받은 후, 제가 국회 회기 중에, 그것도 훤한 대낮에 수행비서와 운전기사도 없이 직접 차를 운전하여 지역구인 일산으로 가서 도로변에서 돈 가방을 건네받았다는 내용을 보고 아연실색했습니다. 시나리오를 써도 어느 정도 그럴 듯하게, 현실성 있게 구성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저는 정치인으로 일하는 동안 조심하고 또 경계했습니다. 총리가 되자마자 합법적인 국회의원 후원계좌를 폐쇄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제가 도덕적 소명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저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온 분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재판장님.

두 번의 부당한 기소를 겪으면서 저는 고 노무현 대통령님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는지를 온몸으로 절감하고 있습니다. 본인에게 가해졌던 수모와 모욕도 참기 힘드셨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이 나라의 양심적 민주세력이 받을 명예의 훼손과 상처가 더욱 아프고 쓰렸을 것입니다. 세상을 버리고 싶을 만큼의 고통스러운 시간이셨을 것입니다. 지금 저도 그렇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지금 이 법정에 서 있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힘이 듭니다.

정의로운 세상을 꿈꿨고, 양심과 명예를 전부로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무엇이 되겠다고 탐해본 적도, 더 많이 갖겠다고 욕심을 부려본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는 평생 동안 제가 추구했던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과 단죄를 받는 자리에 초라하게 서 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참담하고 고통스러운지는 누명을 쓰고 이 자리에 서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진실은 힘이 세다고 합니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우리는 배웠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서 보십시오. 권력에 맞서 진실을 증명하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저는 진실이 여전이 힘이 세다는 것을 믿으려 합니다. 역사가 때로 퇴행과 우회의 곡절을 겪기도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간다는 신념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이 법정에 섰고, 그런 마음으로 재판에 충실하게 임할 것입니다. 살아온 날의 모두를 걸고 양심과 진실만을 말할 것입니다.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으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이 재판에 성실하게 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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