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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식 밖의 전직 대통령 예우

2011.01.03



상식 밖의 전직 대통령 예우

안경환/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민국은 참으로 이상한 나라다. 어딜 가도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뿐, 근현대 정치지도자의 동상 하나 제대로 보이질 않으니 말이다. 이 땅에 오래 산 한 외국인의 관찰이다. 무수한 외침을 지켜낸 역사가 긴 문화국가라는 자부심은 큰 자산이다. 그런데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은 옛날이 아니라 오늘이다. 최단시일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함께 이루고 선진 대열에 동참한 ‘경이로운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런 나라를 만드는 데 정치지도자들의 공로가 없었을까?

민주공화국 60여년 동안 아홉 사람의 전직 대통령을 배출했다.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 저마다 공과가 없을 수 없다. 시류와 정권 따라 민심도 변하는 법, 작은 과는 덮어주고 큰 공을 기릴 수는 없을까. 조형물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진정한 영웅의 무덤은 살아있는 사람의 가슴이라고 에둘러 피하지만 옹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처럼 전직 대통령의 지위가 초라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치욕과 굴곡의 역사였기 때문이라지만 크게 보면 성공한 역사가 아닌가. 현재의 권력에 비굴하고 떠난 권력에 냉정한 게 인간의 속성이라지만 도가 지나치다.

직전 대통령 노무현의 자살은 정권 차원을 넘어 국민 모두가 오래도록 짊어질 부채다. 그를 가장 부자연스런 죽음으로 내몬 주범은 정치보복, 구태의연한 권력행사였다는 것이 통념이다. 상식을 넘어선 표적수사와 망신주기로 일시적인 정치적 성과를 얻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더없이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법이 정한 ‘국민장’을 치르면서도 조기라도 내거는 관공서·회사 하나 없고, 조문객의 빈소행을 방해하는 등 정부가 보인 옹졸한 자세는 새삼 상기하기조차 부끄럽다. 죽은 노(盧)가 산 이(李)를 다스릴 것도 아닐 터인데 500만표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의 여유가 못내 아쉬웠다. 필시 과잉충성을 장기로 삼는 속배(俗輩)들의 짓거리였겠지.

그런데 아직도 망자의 영혼에 가위눌려 있는지, 전직 국가원수와 관련된 제반 문제를 다루는 정부 여당의 옹졸한 태도는 도무지 상식 밖이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 동기가 비자금용 ‘차명계좌’가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공개강연을 한 경찰 간부가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당한 지 오래다. 고소인을 일찌감치 조사한 검찰이 피고소인인 현직 경찰청장에게는 이날까지 침묵으로 정중한 예의를 갖추고 있다. 틈만 있으면 서로가 반목·견제하던 검찰과 경찰 사이에 이렇듯 이례적인 공조가 일어나다니, 누가 그 공조를 주선하는지 짐작이 갈 듯도 하다. 오죽하면 점잖기로 정평 있는 사람, 정치에 초연하기로 찍힌 문재인이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며 홀로 시위에 나섰을까? 그의 흐트러진 백발 주위를 맴돌던 시린 바람, 분분 백설이 더없이 짠하다.

뿐만 아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발의자 중에는 여당 의원도 포함되어 있다. 국가보존묘역으로 지정한 작고 낮은 묘를 지키고 가꿀 인력과 예산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누구의 반대인지 몰라도 법안은 몇달째 잠자고 있다. 무뢰한의 오물세례로 ‘국가보존묘역’이 더할 수 없는 모욕을 받았는데도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국토관리청은 봉하마을 들판을 관통하는 ‘국도 14번’ 도로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도로 건설의 타당성을 따지기 전에 구태여 그럴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 설마하니 소량의 무공해 쌀과 채소를 재배하는 봉하마을의 오리 소리가 신경이 거슬린 것은 아니겠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적지 않은 참배객들이 장차 정치세력으로 결집될 것이 두려워서는 더욱 아닐 테고.

우리 모두 제발 좀 크게 보자고 제안한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전직’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전직에 대한 예의가 현직의 권위를 드높이는 첩경임을 왜 모를까. 재직중 저지른 수많은 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큰 공을 남기실 것을 믿고 바란다. 우선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합당한 예우라도 챙겨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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