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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 6차공판 참관기] “한 총리 사건은 윗선에서 계획적으로 만든 것”

2011.02.08


“한 총리 사건은 윗선에서 계획적으로 만든 것”
- [6차공판 참관기] 핵심증인 폭로...표적·편파수사의 일단을 드러내다


강기석 /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편집위원장


한명숙 전 총리 재판이 3주간 쉬는 동안 법원 주변에서는 꽤 주목할 만한 일이 몇 가지 벌어졌다. 1월 27일 대법원이 이광재 강원도지사에 대한 유죄판결을 확정지은 것이 우선 화를 돋웠다. 이 지사와 함께 같은 민주당 서갑원 의원이 역시 박연차 게이트로 유죄가 확정된 반면, 비슷한 혐의를 받았던 두 명의 한나라당 인물은 면죄부를 받은 걸 두고 불만과 조소의 소리가 높다.

하지만 대법원이 무슨 죄가 있으랴. 도마 위에 생선을 올려놓는 건 검찰이다. 도미를 잡을까, 민어를 잡을까. 찜을 쪄 먹을까, 매운탕을 끓여 먹을까. 낚싯대를 고를 때부터 양념구색을 맞추는 것까지, 형법의 세계는 가히 검찰의 독무대다.

태생이 보수적이어서 짠 걸 싱겁게 못 만드는 것이 서운하고, 간혹 매운 걸 오히려 더 맵게 만드는 것이 밉살스럽기는 하되, 법관은 절대로 죽은 생선 다시 살려 바다로 풀어주지는 못한다.

검찰이 노린 쪽의 혐의는 1심, 2심을 거치며 점점 굳어지는 반면, 검찰이 구색 맞추기로 성의 없이 끼워 넣은 혐의에 판사가 나서서 중죄를 때릴 수는 없는 노릇이란 얘기다. 사법개혁의 1순위는 반드시 검찰이어야만 하는 이유다.


‘사법개혁 1순위는 검찰’임을 재확인시킨 잇단 판결

한 전 총리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우진 부장판사)가 26일과 28일 잇따라 2개의 중요한 판결을 내놓았는데 이 역시 그런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판부는 우선 26일, 정당법·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양성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등 122명에 대해 면소 판결하고 11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들이 교사와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한 정당법 22조를 어기고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가입해 활동해왔다고 기소했으나 재판부는 “정당가입죄는 가입행위 자체를 따지는 것으로 ‘즉시범’으로 봐야 한다”며 공소시효가 지난 피고인들에게 면소 판결했다. 다만 후원금 납부로 인한 정치자금법·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등은 모두 유죄 판결하고, 피고인 267명 가운데 유죄가 인정된 260명에게 벌금 30만~5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만 해도 어디냐”며 환영일색이었다는데, 한나라당에 몇 배 거액의 후원금을 낸 교장들은 벌금은커녕 기소조차 된 적이 없다. 왜?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같은 편이니까!

형사합의22부는 이어 28일 재단 공금을 횡령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으로 기소된 최열 환경재단 대표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는데도 역시 피고측으로부터 ‘나쁘지 않은 판결’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재판부가 회계처리 미숙으로 인한 일부 예산전용 혐의를 인정했으나 나머지 공금횡령, 청탁혐의 등 검찰이 핵심적으로 노린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앞서 최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2차례 나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2009년 4월 그를 끝내 불구속 기소했다. 참으로 집요하고도 독한 검찰이다.

한 전 총리를 노리는 자들의 정체가 대략 그러하다. 한 전 총리 사건을 포함, 이 같은 모든 사건의 수사와 기소를 배후에서 총지휘했던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이 2월 1일자로 대구고검장으로 전보됐다. 일부에서는 그가 △지난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그랜저 검사’ 파문 등에 대한 부실한 수사 지휘로 검찰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들어온 데 대한 ‘문책성 인사’로 본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결국 정권 후반기를 맞은 청와대가 ‘고려대’, ‘티케이’(TK), ‘공안통’의 3박자를 두루 갖춘 노 지검장을 차기 총장으로 염두에 두고 잠시 피신시킨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평가한다고 한다.

문책이 됐든(그 가능성은 사실 1%도 안 되지만), 피신이 됐든, 대구로 내려간 이 사람, 잠자리가 뒤숭숭하게 됐다. 7일 열린 한 전 총리 6차 공판에서 핵심증인 한만호 한신건영 전 사장이, 초기 검찰조사 과정에서 남 모란 인물로부터 “(이 사건은) 아주 윗선에서 계획적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당신이 협조하지 않으면 무척 힘들어질 것”이라는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4월 3일이란 날짜까지 기억해내며, 검찰에 불려간 자신에게 남 모씨가 ‘서울시장 선거’ 운운하면서 그같이 위협했으며 “어느 윗선”이냐고 묻자 “아주 높은 윗선”이라 했다고 증언했다. 한신건영의 청산작업에 관여하고 있는 법조브로커로 알려져 있는 남 모씨는 또한 이 사건을 애초 검찰에 제보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사건을 짜낸 아주 높은 윗선’은 누구일까?

한 전 사장의 폭로는 이날 자신이 데리고 있던 정 모 경리부장과의 대질신문 과정에서 터져 나왔다. 한 전 사장은 검찰측 증인으로 나선 정 모 부장이 달러를 포함한 3억원의 돈을 세 번이나 한 전 총리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자 “네가 왜 그렇게 주장할 수밖에 없는지 (내가) 밝힐 수밖에 없다”면서, 자신이 남 모씨의 협박과 순간적인 생각으로 검찰에 협조하기로 했고, 그런 자신의 결심을 알게 된 정 모 부장이 자연스럽게 한 전 총리를 모함하는 작업에 가담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한 전 사장은 2차공판 첫 증언대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검찰에서의 진술이 거짓이었다고 양심선언을 한 이후 문제의 돈 9억원 중 3억원은 개인용처로 한 전 총리의 비서 김 모 피고인에게 빌려준 것이 맞지만, 나머지 6억원은 일산지역 교회 신축공사 수주를 위한 로비비용(처음에는 성과급이라 주장)으로 썼다고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

반대로, 이날까지 세 번째 증언대에 오른 정 모 부장은, 휴정시간을 포함해 거의 10시간에 걸친 재판 내내, 한 전 총리를 기소하게 된 핵심증거인 채권회수 목록의 신빙성과 9억원이 한 전 총리에게 전달됐다는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주장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난 자금 조성하라는 지시만 했지 어디에 쓴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잘못하면 은팔찌 끼게 되니 잘 하라고 한 얘기를 듣고 그 돈들이 한 총리에게 간 것이라고 생각한 것 아니냐”는 한 전 사장의 말에 정 모 부장은 “아니에요. 그렇게 (한 전 총리께 간다고) 말했어요”라고 완강하게 대꾸했다. 바로 전 기일에 증인재소환을 거부하며 “내가 돈 주는 걸 본 것도 아니고 그냥 만들기만 한 건데…” 라고 항변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도대체 지난 3주 동안 그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하지만 그녀의 증언은 변호인 반대신문과 재판장 직접신문을 통해 곳곳에서 허구를 드러냈다. 정치자금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은팔찌’라는 말을, 돈을 3번 전달할 때마다 모두 들었다며 정확한 기억력을 강변하던 그녀는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한 번은 못 들은 것 같다”고 헷갈리더니 “한 전 사장이 (2007년) 3월경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주고 나서 날짜와 금액 옆에 ‘한’ 이라고 쓰라고 했다”는 자신의 2차 검찰조서 내용까지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번복했다.

놀라운 것은 신문과정에서, 그녀가 단순히 한 전 사장의 지시를 받고 일했던 직원이 아니라 한신건영의 투자자이기도 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한 전 사장의 주장에 따르면, 정 모 부장이 그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이 사건 제보자 남 모씨와 모종의 거래를 시도했으며 바로 그 지점에서 한 전 총리 음해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경리책임자의 ‘추측’이 3주 만에 ‘확신’으로 바뀐 사연

하지만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검찰이 제시하고 있는 증거의 ‘놀랄 만한’ 총체적 증거력 부족이다. 한 전 총리 사건의 발단이 된 핵심적인 물적 증거는 정 부장이 작s성한 ‘채권회수 목록’이다. 이 목록에 두 줄로 적혀 있는 ‘의원’ ‘접대비’ ‘2억원’ ‘3억원’이란 항목과 이 항목의 근거가 된 ‘B장부’에 ‘한’이라고 쓴 메모가 3억원씩 3번, 모두 9억원이 길거리에서, 자택에서 한 총리에게 정치자금으로 전달됐다고 뻥튀기된 것이 기소내용의 요체다.

이 ‘채권회수 목록’은 정 부장이 남 모씨의 요청을 받고 자신의 ‘USB 메모리카드’(이동식 파일 저장장치)에 저장한 액셀파일의 날짜순 ‘백데이터’(데이터 복구용 보관자료)를 이름별로 정렬해서 작성한 것인데, 그 백데이터는 회사의 총괄장부와 B장부(일종의 비자금 장부)를 참고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채권회수 목록을 작성하고 나서 USB 메모리카드를 잃어 버렸다. 총괄장부의 행방도 묘연하다. B장부에 있는 어떤 항목은 ‘채권회수목록’에 올라 있는데 어떤 항목은 누락이 됐다. “여기에 어떤 기준이 있느냐”니까 “없다”고 한다.

검찰 주장대로 ‘한 의원’에게 9억원이 전달됐으면 그것이 모두 채권회수목록에 적혀 있어야 할 텐데 5억원밖에 적혀 있지 않다. 4억원이 어디로 갔느냐니까, 아마 백데이터에 ‘의원’이라 써 있지 않고 ‘이원’이나 ‘으원’으로 써 있어서 명칭별로 정렬할 때 누락된 건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소리를 한다. 그런데 그걸 확인할 수 있는 백데이터가 담겨 있는 USB 메모리카드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니….

창(증인)은 부러지고 칼날(증거)은 이가 빠졌다. 이쯤 되면 풍차를 향해 달려들려던 돈키호테일지라도 말머리를 돌릴 판이다. 한 사장이 남 모씨에게서 들은 것이 맞다면, ‘일을 싸지른 게 틀림없는’ 높은 윗선은 잽싸게 피신한 셈이다. 남은 검사들만 애먹게 생겼다. 편파의 그물, 표적의 낚싯대로도 이번엔 ‘빈 광주리’를 면치 못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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