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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 7차공판 참관기] “검찰의 가려운 곳, 아낌없이 긁어주련다”

2011.02.22


“검찰의 가려운 곳, 아낌없이 긁어주련다”
- [한명숙 전 총리 7차공판 참관기] 재소자 출신 C급 증인들의 향연장이 된 법정


강기석 /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편집위원장



이귀남 법무장관의 ‘맹활약’이 보도된 덕분에, 한만호 전 한신건영 사장이 지난 6차 공판에서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윗선에서 만들었다고 들었다”는 폭로의 실태가 덩달아 드러나게 됐다. 물론 이귀남 장관이 울산지역 정치권 수사와 한화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수사를 이끌었던 해당 지검장을 간섭하고 핍박했다고 해서 그가 한 전 총리 사건까지 만든 ‘윗선’이라는 혐의를 바로 받게 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하지 말라”는 부당한 지시를 내릴 수 있고, 그 지시가 먹히지 않을 때 즉각 불이익을 가할 수도 있는 조직이 검찰이라면, 꼭 법무장관은 아니더라도 “뭔가를 해보라”는 지시도 얼마든지 선을 타고 내려 올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그런 조직이라면 일일이 지시가 내려오기도 전에 미리미리 윗선의 심기를 살펴 있는 것도 없는 것처럼, 없는 것도 있는 것처럼 ‘알아서 한 상 말아올리는 관행’이 없다고 끝까지 우길 수는 없게 됐다는 얘기다.

그럼 한만호 전 사장의 폭로가 진실이라면, ‘한 전 총리 사건 조작’을 지시한 최종 윗선, 혹은 이 사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검사들이 심기를 살피고 있는 최종 윗선은 누구일까. 특수1부장도 한 전 사장이나, 한 전 사장을 겁박한 남 아무개씨에게는 어마어마하게 높은 윗선에 틀림없지만 그건 아무래도 좀 낮게 잡은 것 같고, 그럼 대구로 피신했다는 전 서울지검장일까, 검찰총장일까, 아니면 정말 법무장관이 문어발을 가진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취임 3년을 지내면서까지 “나는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는 생각이 없다”는 식으로 전임 대통령을 비틀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어떤 옹졸한 높은 분의 여전히 대책 없는 열등감과 질투심을 살피는 것인가.

‘윗선’에서 만들었으니 끝까지 가야 하는 재판?

또는 그것이 미움일 수도 있고 정치적인 견제의 의도가 있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이번만은 틀림없다고 기세등등하게 덤벼들기는 했는데 지난해 12월 20일 2차 공판에서 핵심 증인 한만호 전 사장의 양심선언으로 느닷없이 상황이 반전돼 오히려 지금은 헤어나오기 어려운 궁지에 몰리게 된 검찰이다.

당초 한 전 사장을 중심에 세우고, 한 전 사장 회사의 정아무개 경리팀장, 건설브로커 박아무개씨와 일산지역의 한 대형교회 신축사업계획의 진행을 맡은 김아무개 장로, 한 전 사장의 전 운전기사 겸 비서실장이었으나 지금은 한신건영 관련사 대표가 된 또 다른 김아무개씨 등의 정황증언으로 꼼짝 못할 포위망을 구성하려던 검찰은 2차 공판 이후 칼자루를 거꾸로 쥔 한 전 사장으로부터 파상공격을 당하는 딱한 처지인 것이다.

검찰의 각본대로 한 전 사장을 도와서 한 전 총리를 공격하는 보조역할을 맡기로 했던 증인들은 갑자기 바뀐 배역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줄곧 서로의 진술이 엇갈릴 뿐 아니라 제 증언마저도 앞뒤가 다른 모습을 연출해 왔다.

검찰 측에는 불행하게도 21일 7차 공판정에 선 또 다른 검찰측 증인 김아무개씨 역시 열심히 검찰의 가려운 곳을 알아서 긁어주는 열성을 보이기는 했으나 결국 증언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신빙성을 주는 것에는 실패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더 큰 불행은 이 증인이 한 전 사장의 양심선언 후에야 부랴부랴 검찰에 불려가 5~10 차례에 이르는 참고인 조사를 받은 후 증인으로 채택된 C급에 불과하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당연히 이 사람은 애초 검찰 측 증인명단에 들지도 못했음이 분명하다.

올해 44세(67년생)인 이 사람은 무슨 죄(프라이버시를 이유로 무슨 사건인지는 밝히지 않음)인가로 1년 6개월 형을 받고 구치소에서 수형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어떤 사건(이 사건 내용 역시 밝히지 않았으나 결국 벌금형을 받았다 함)의 참고인으로 지난해 4월 1일 검찰청에 출정했다가 참으로 희한하게도, 그날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처음 검찰청에 불려온 한만호 전 사장을 만났다고 했다.

이후 이 증인은 한 전 사장이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집중조사를 받았던 4~7월 중 자신도 수십 차례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으면서 한 전 사장과 아주 오랜 시간을 같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증인은 이날 비교적 확신에 찬 목소리로 한 전 사장과 자신은 수감되기 오래 전부터 일산지역에서 알고 지내던 사이며, 한 전 사장은 한 전 총리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자신에게 낱낱이 토로했으며, 한 전 사장이 친한 은행지점장이 구속되고 자신의 회사를 찾을 수 없게 되자 검찰에 배신감을 느낀 나머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겠다는 결심까지 얘기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미리 검찰의 필요를 염두에 둔 듯한 ‘맞춤 증언’

뿐만 아니다. 이 증인은 자신의 핵심증언에 신빙성을 부여하고 싶은 듯, 한만호 전 사장이 2007년 대선기간 중 자신에게 민주당 인사들의 유세장소를 주선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고, 한 전 사장이 자신의 진술번복 결심을 ‘도마뱀 꼬리 자르기’라고 했다는 등 그의 세세한 발언내용까지 기억해내며 증언을 계속해 나갔다. 한 전 사장은 이 증인이 발행한 차용증 대상을 한 전 사장으로 바꾸는 등 위증까지 부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증인의 명확한 기억력이란 검찰과 질문-답변을 주고받을 때까지만 유효하다는 것이 변호인측 반대신문을 통해 곧 드러났다.

변호인들은 이 증인이 지난해 9월 23일 만기출소한 후 10월 초 한 전 사장을 면회한 자리에서 “특수부에 갔었는데 도와 달라더라. 그래서 안 한다고 했죠”라고 말한 의미를 물었다. 그러자 이 증인은 자신이 특수부가 아닌 다른 검사실에 인사를 간 적은 있지만 특수부에 간 적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면회실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은 한 전 사장이 면회실 대화내용이 녹음된다는 사실을 알고 메모지에 그렇게 써온 것을 읽으라고 손짓을 해 그대로 읽은 것뿐이며 한 전 사장이 그리 한 것은 자신이 진술번복을 실행에 옮길 때 유리하게 써먹기 위해 그랬을 것이라는, 놀랍기는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상황설명과 분석을 내놓았다. 이 증인의 예지력은 “한 사장이, 한 총리에게 뇌물을 준 증거로 ‘한’이라고 메모한 장부가 있는데 이것은 여차하면 한 총리가 아닌 한 사장 자신이 돈을 쓴 표시라고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라는 증언에서 더욱 빛났다.

이같은 그의 증언에 따르면 한 전 사장이 양심선언을 결심한 것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가 끝난 후가 아니라 감옥에 갇히기 오래 전, 그러니까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였으며 그때부터 자신의 장부는 물론, 면회를 할 때까지도 교묘하게 관련 증거를 조작해 왔다는 터무니없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검찰은 오히려 한 전 사장의 그런 면회 녹취록을 자신들의 주요한 증거로 붙잡고 있는 기이한 상황이다.

이 증인은 또, 자신이 출소 후 검찰에 찾아가 한 전 사장의 진술 번복 가능성을 알려 줬다고 토설했다가 곧 바로 다시 주어 담기 바빴으며, 12월 한만호 전 사장 건으로 처음 검찰에 소환되기 전까지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한 전 사장이 법정에서 진술 번복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전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증언까지 내놓았다.

돈을 직접 줬다고 하겠다던 핵심증인이 진술을 번복한 상황에서 검찰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나도 한 사장으로부터 한 총리에게 돈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증인을 최대한 많이 내세우는 것뿐일 터다. 이들의 입을 통해, 한 전 사장의 진술번복이 검찰에 대한 개인적 감정 때문이며, 따라서 그런 진술번복이 있기 전 이미 많은 주변인들에게 한 전 총리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사실을 자발적으로 떠벌린 만큼 그것이 사실일 개연성이 높다는 인상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구치소 재소자 대화로 법정 진술을 뒤엎으려는 검찰

하지만 검찰이 당면한 문제는 갈수록 증인들의 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날 이 증인과의 대질신문에서도 한 전 사장은 “소설을 쓰고 있다”며 “스스로 군 특수부대 장성 아들이며, 여러 케이블TV 회사 주식을 다량 소유하고 있다고 있지도 않은 사실을 떠벌리며 이 검사, 저 검사 말을 옮기고 다니는 당신 같은 사람에게 내가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했겠는가”라고 일축했다. 한 전 사장은 상대에게 ‘프락치’, ‘(검찰에서) 숙박훈련을 받았다’는 등의 질책을 가하기도 했다.

가관인 것은 대질신문에 짜증이 난 한 전 사장이 검사를 향해 “내가 검찰에 협조하기로 했으면서도 하지 않은 말들을 감옥에서 처음 보는 후배한테 할리 있겠는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지나치다”고 항변했을 때 검사 답변이다. “검찰에서 하는 얘기와 밀폐된 공간에서 재소자들끼리 하는 얘기가 다를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 구치소란 “재소자의 말만 듣고 있으면 감옥에 죄짓고 온 사람 하나도 없다”고 할 정도로 온갖 거짓과 허풍과 은폐가 판을 치는 그런 특수공간이다. 그렇다면 지금 검찰은 그런 밀폐된 공간에서 재소자들끼리 나눈 대화-설사 그 대화 자체가 사실일지라도-를 들고 나와, 그것으로 검찰보다 더 신성한 법정에서의 발언을 뒤집으려 하는 것인가. 이 어처구니없을 만큼 용맹스런 검찰의 무모함이라니!

그럼에도 검찰은 다음 번 기일에도 한 전 사장의 또 다른 동료 재소자를 증인으로 불러내기로 했다. 그 다음 번 기일에 또 다른 재소자를 불러내겠다는 요구는 “(똑같은) 그런 상황에서의 증언은 (두 번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자고 요구해온 검찰의 입장에도 맞지 않고…”라는 재판장의 완곡한 만류로 좌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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