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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세상칼럼

[한명숙 전 총리 10차 공판] “검찰측 증인이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2011.04.05


“검찰측 증인이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 [10차 공판 참관기]좋으면 감싸주고 싫으면 괴롭히는 ‘부당검사들’

강기석 /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편집위원장




4일 열린 ‘한명숙 전 총리 정치자금법 위반혐의재판’ 10차 공판에 나서기로 했던 증인 3명이 모조리 나타나지 않았다. 모두가 검찰측 증인들이다. 상습사기 전과자, 마약사범 재소자 등 불량 증인들도 모자라, 무슨 말뜻인지도 모르고 사장의 발언을 받아 적기만 했던 말단간부, 말귀 어두운 70대 노인 등 함량미달 증인들까지 내세웠던 검찰이 그나마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한 사람은 한 전 총리의 주선으로 한만호 사장의 사업에 도움을 주었다고 검찰이 주장하고 있는 P그룹의 백 아무개씨다. 만성위궤양을 앓고 있는데 미루고 미뤘던 내시경검사를 이날 오전에 받았다고 했다. 오후 재판 때까지는 나올 수 있다고 했다는데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또 한 사람은 한만호 사장의 모친이다. 아들을 면회할 때 “한 총리께 돈을 빌려 드렸는데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아들에게 “검찰가서 사실대로 잘 얘기하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아들이나 남편은 이 분에게 약간의 치매끼가 있다는데 검찰은 ‘신경공황증’에 불과하다고 한다.

‘신경공황증’이 치매에 비해 별거 아닌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나가던 아들의 회사가 부도난 뒤 감옥에 갇히기까지 하고 자신과 남편은 단칸 셋방에서 살게 된 현실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음에는 틀림없다. 최근에는 검사가 병원에까지 꽃다발을 들고 찾아 와 “아드님이 진술을 번복해서 일이 어렵게 됐다”는 말까지 했다니 더욱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이날 공판에서 가장 관심을 끌 것이 분명했던 증인은 법조브로커로 알려져 있는 남 아무개라는 인물이었다. ‘곽영욱 뇌물사건’이 무죄가 날 것이 확실해지면서 곤혹스런 상황에 처한 검찰을 구한답시고 이 별건수사의 단서를 제공한 사람이 바로 이 남 아무개로 알려져 있다. 한 사장의 주장에 따르면 “이 사건은 아주 윗선에서 계획적으로 만든 것이다”라고 말한 그 사람이다.

한 사장의 다른 법정진술들까지 종합하면, 이 남 아무개 씨는 한 사장의 회사가 부도난 후 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영입한 사람인데, 정작 채권회수보다는 한 사장의 회사를 아주 가로채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나 하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이 사람은 당초 검찰 측 증인으로 올려져 있었긴 하지만 사실은 변호인단 쪽에서도 물어 보고 싶은 것이 많았던 사람이기도 하다. 어떤 경위로 검찰과 선이 닿았는지, 뭘 보고 한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정치자금을 주었다고 생각했는지, 한 사장에게 “윗선에서 계획한 것”이라고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윗선이란 누구를 말하는 건지 등등.

그런데 묘한 것은 현재 아무도 이 증인의 소재를 알지 못 한다는 것이다.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고 한다. 더 묘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 사람을 구태여 찾아내서 증인으로 내세우고자 하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 마다의 불참 이유, 이유들…, 왜 검찰은 찾을 의지가 없을까

2차 공판 때 한만호 사장이 “돈을 준 것은 한 전 총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라고 양심선언을 하자 불과 몇 시간만에 그 ‘돈 받았다는 사람들’을 법정에 불러 내 “진실이 저 문밖에 있다”며 당장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고 부르대던 기민하고도 치밀한 검찰이다.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남 아무개씨에게는 아무런 열의도 보이지 않는 것이, 혹시나 그의 검은 정체가 밝혀지거나 검찰의 의도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은 아닐까, 충분히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검찰은 결국 이 남 아무개는 쏙 빼 놓은 채, 한 사장의 모친 김 아무개 씨에게 대해서만 구인장 발부 가능성을 언급했다. 횡설수설, 동문서답하던 남편보다 훨씬 더 심신의 건강상태가 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사람인데도 꼭 부르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한 사장이 모친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을 극력반대하기 때문일까. 이런 검사들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증언했던 증인들을 변호인단이 한번 더 법정에 부르자고 하자 “증인에게도 인권이 있다” “왜 검찰수사에 협조한 증인들을 죄인 취급하느냐”고 반발했던 그 훌륭한 ‘인권검사들’과 동일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지난 달 검찰은 BBK사건을 폭로한 주역 중 한 명인 에리카 김이란 여인에게 면죄부를 줬다. 수백억 원을 횡령하고 주가 조작에 가담했으며, 이명박 대통령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3가지 혐의에 대해 각각 기소유예, 공소권 없음, 공소시효 만료 처분을 내렸다.

어제, 오늘은 이명박 대통령과 연결된 서울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 논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이어진 태광실업 세무조사의 깊숙한 배경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해 고작 그림로비 혐의와 자문료 수수혐의로만 불구속기소할 것이란 뉴스가 신문지면을 떡칠하고 있다.

이런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를 이토록 질기게 물어 뜯고 있는 검찰과 ‘동일체’라는 사실이 역시 믿기지 않는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한상률 처리방침을 기자들에게 설명하면서 “사건을 오래 쥐고 있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고도 했다고 한다. 그런 검찰이 한 전 총리를 붙잡고 늘어진 게 벌써 1년 4개월이 넘었다.

늘어 났다, 줄어 들었다, 너무 자의적인 검찰의 잣대

자기 편리한데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다. 모든 것이 기소독점권이란 막강한 권력의 남용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요체는, 검찰권력을 분산시키고 검찰권력의 남용에 대한 직접 제재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강력한 견제수단의 마련이다. 그런데도 지난 1일 열린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귀남은 특별수사청 설치,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등 검찰개혁과 관련, “검찰에겐 고칠 것이 거의 없다”고 버텼다고 한다. 과연 ‘대한민국, 검찰공화국’의 법무부장관답다.

아무튼 이날 공판은 30분만에 끝났다. 이날도 최소 10시간 정도는 각오하고 나왔을 한 전 총리는 갑자기 찾아 온 자유시간이 너무 기뻤던 모양이다. 스스로의 직업을 ‘피고인’이라 칭하며 자조하는 그이지만 실제로는 각종 모임참석과 가까운 정치인들 지원연설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쁜데다 최근에는 최문순 강원도 도지사후보 선거대책위원장도 맡았다. 이날만은 재판 때문에 그런 공식일정을 일체 잡지 않은 덕에 온전히 뜻하지 않은 휴식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법정 밖에서 보좌진들과 머리를 맞대고 한참을 ‘역적모의’하듯 짠 놀 계획이란 것이 고작 과천 현대미술관에 가서 차 한잔 마시자는 것이었다. 뭐가 해결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재판이 공전했을 뿐인데도 재판이 없다는 사실 자체를 즐거워하며 환한 미소와 함께 차에 오르는 한 전 총리의 모습에서, 역으로 그동안 재판정에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왔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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