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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세상칼럼

[13차공판 참관기] 관리할 자금이 없는 ‘자금관리인’

2011.05.17


관리할 자금이 없는 ‘자금관리인’
- [13차공판 참관기] 또다시 흠집내기로 일관한 한 전 총리 여동생 ‘신문’

강기석 /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편집위원장




본질과 별 관련이 없는 사실을 부풀리고 비틀어서 상대를 괴롭히고 주변에 그릇된 인상을 주려 한다면 이는 야비한 짓이다. 자신에게 힘이 있다고 얼토당토않은 자신의 논리를 끝까지 관철하려 한다면 이는 졸렬한 것이다.

16일 열린 13차 공판에서 한명숙 전 총리의 여동생 한 아무개씨를 다시 증언대에 세운 검찰이 그렇게 야비하고 졸렬했다. 11차 공판에서 이미 한번 검찰측 증인으로 소환됐던 동생은 당시 증언 막판에 탈진증세를 호소하며 증언을 거부하고 이날 재소환을 택한 것이다.

그 사이 검찰은 여동생 한 아무개씨의 재산상태와 금융거래 내역을 다시 한 번 완벽하게 까뒤집은 모양이다. 통화내역을 다시 수집․분석하고 한 전 총리와 김 아무개 비서실장과 관련된 그의 동선까지 완벽하게 파악했다.

지난 번 공판에서, 일시 전세자금으로 충당하기 위해 1억짜리 수표를 김 아무개 실장에게 빌리면서 (5천만원만 필요했기 때문에) 1천5백만원짜리, 3천5백만원짜리 수표 두 장을 교환했고, 빌린 돈 5천만원도 열흘 여만에 수표 두 장으로 갚았다는 증인의 주장에 꼼짝 못하고 당했던 것을 뒤집기 위한 것이었음은 물론이다. 당시 김 아무개 실장 쪽 변호인단에서는 그 이래 손도 대지 않은 채 김 실장이 보관해 오던 수표 4장을 증거로 제출함으로써 증인의 주장을 완벽하게 입증했다.

완벽한 뒤집기 준비를 마친 ‘빅 브라더’

과연 검찰의 정보력은 대단했다.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다. 동생이 다녔다는 일산의 한의원에 언니 한 전 총리도 다녔다는 사실, 김 실장과 세 사람이 같은 날 그 한의원에서 진료받은 적도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그 한의원을 김 실장으로부터 소개받았다는 동생의 주장을 뒤집기 위해서다.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은 이 사실이 검찰에게 중요한 것은, 동생이 김 실장과 별로 친하지 않으며, 그러므로 동생이 별로 친하지도 않은 김 실장에게서 돈을 빌렸을 리 없으며, 그러므로 그 수표는 한 전 총리가 동생에게 쓰라고 준 돈이 틀림없다는 검찰 측 논리의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동생은 “김 실장이 아닌 언니 한 전 총리가 한의원을 소개한 것 아니냐”, “셋이 함께 한의원에 간 적이 있지 않느냐”는 검찰의 추궁에 대해 끝까지 부인했지만, 글쎄, 한의원 소개 여부가 두 사람의 친소여부를 가릴 수 있는 유일한 잣대가 될 수 있을까. 형제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언니의 정치활동을 도와왔던 한 아무개씨가 오랫동안 언니를 측근에서 보좌해 왔던 김 실장과, 한의원 소개 여부 말고도, 친하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검찰의 입장에서는 더 묘한 것이 새로 밝혀 낸 동생의 금융거래 내역일 터다. 동생과 그의 남편은 2008년 7월부터 2009년 3월6일까지 2억5백만원의 정기예금을 갖고 있었으며 그 전 해인 2007년 10월 같은 날 두 곳의 은행에서 현금을 내고 5백만 원짜리 수표 8장을 발행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이 돈들이 어디서 났으며 어디에 썼는지는 물론 왜 자산을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었는지, 왜 수표발행을 한 은행이 아니고 두 곳의 은행에서 발행했는지 등등을 집요하게 캐물었다.

그런 집요한 신문의 목적을 검찰 스스로가 요약했다. “증인의 현금거래가 많고 액수가 큰 데 출처와 사용처가 불분명하고 같은 지역에서도 분산거래를 하고 수표발행 후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 등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요컨대 증인의 실력으로는 그 많은 돈을 벌었을 리 없기 때문에 언니의 부정한 돈이 섞여 있을 것이고 그 돈은 언니의 정치자금이다. 한마디로 증인은 언니의 자금관리자라는 것이다.

증인과 변호인단은 증인의 남편이 2004년과 2006년, 2007년(2005년은 미국체류) 3년간 2억2천만원을 벌었다는 소득증명서를 제출하면서, 그 밖에도 증인이 87년 이래, 때때로 월 8백만원이 넘는 과외 아르바이트 수입을 오랫동안 모은 것일 뿐인데 다른 사람도 아닌 언니하고 연결돼 부정한 돈으로 여겨지는 것이 억울할 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래도 미진한 부분은 성심성의껏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에게 프라이버시란 없다

물론, 일부 자신의 증언거부 탓도 있지만, 그가 왜 현금을 내고 거액의 수표를 발행했는지, 그 수표들이 어디에 쓰였는지에 대한 한 아무개씨의 증언은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검찰이 범죄와 연결되었다는 명백한 증거와 함께 묻지 못 하는 한 답변을 강제해서는 안될 프라이버시의 영역임이 분명하다. 성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란, 누가 언제 불쑥 끼어들어 물어도 그럴듯하게 설명이 가능한 명료한 삶을 항상 살 수는 없는 법이다.

한 전 총리의 동생 한 아무개씨의 경우, 때때로 저금을 하다가 때때로 현금으로 보관도 하는 재정관리법이 그만의 독특한 취향일 수 있는 것이며, 수표를 발행해 어디에 썼느냐는 문제는 남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남편과의 문제일 수도 있고 집안 다른 사람과의 문제일 수도 있고 친구와의 문제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증언을 거부하자 “언니 한명숙 피고인의 형사처벌을 우려해서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냐”며 터무니없는 소리로 윽박지르다가 끝내 재판장의 제지를 받는 검찰이 야비하고 졸렬하다는 것이다. 검찰의 그런 졸렬함과 야비함은, 시부모로부터 전세금의 일부(1천만원)를 증여받았다는 증인의 증언을 탄핵하기 위한 다음의 신문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시부모 사는 집이 자택인가, 전세인가.” “언제 퇴직했는가.” “뭘로 생활하는가.” “세를 놓았으면 집세는 얼마인가.” “시부모에게 용돈을 주는가, 얼마를 주는가.” “집에 (현금) 얼마를 보유하고 있는가.” “집에 금고는 있는가.” 그리고는 이 날도 명언 한마디를 잊지 않는다.

“중산층은 집에 현금이 얼마 있는지 기억해야 한다.”

감쪽같이 사라진 한 전 총리의 자금?

“거래 내역이 향후에라도 다 드러나는 수표 거래로 돈세탁을 했다는 검찰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이 틀리고 "동생의 자금 중 상당 부분은 언니인 한 전 총리의 자금이며 한 전 총리가 동생을 통해 자금을 세탁해온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는 검찰의 주장이 맞다고 치자.

동생 한 아무개씨는 지난 번 공판에서 자신의 재산이 6~7억 원쯤 된다고 밝혔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전세금이 2억1천만원, 김포에 소유한 아파트가 2억원 정도(전세가 1억1천5백만원을 근거로 한 추정가)이므로 그의 통장에서 움직였다는 3억원을 포함해도 대략 그가 밝힌 전 재산의 범위에 있는 것이다.

도대체 남편이 연봉 7천만원 이상을 받고 부인이 20년 넘게 아르바이트를 해 만만치 않은 수입을 올려 온 부부가 지금까지 7억원을 모으지 못해 한 전 총리의 돈을 보태 간신히 7억을 만들었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면 도대체 한 총리의 자금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검찰이 새로운 ‘자금관리자’를 찾아 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벌써 한 전 총리 근처에 있는 수십 명의 계좌를 뒤진 결과(계좌추적은 본인에게 통고되기 때문에 즉각 알 수 있다) 가장 미심쩍다고 찍어 낸 게 바로 동생 한 아무개씨였기 때문이다. 이제 검찰은 동생이 자금을 현금으로 보관한다는 정보를 알았으므로 가택압수 수색 같은 비상수단을 강구해야 할까.

길에 떨어진 새끼줄을 집어 왔을 뿐인데 소가 따라 온 것일 뿐이라고 우기는 소도둑놈이 있었다던데 죄없는 새끼줄을 붙들고 소는 어디 갔느냐고 닦달하는 검찰은 뭐라고 해야 하나…. 초라하다. 참으로 초라하다. 검찰의 안간 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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