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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차공판 참관기] ‘조작폭로’로 시작한 재판, 허구의 현장검증으로 끝나다

2011.08.30


‘조작폭로’로 시작한 재판, 허구의 현장검증으로 끝나다
- [22차 공판 참관기] 마지막 증인신문과 현장검증의 날, 남은 건 ‘진실의 승리’ 뿐

강기석 /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편집위원장




29일 열린 한명숙 전 총리 정치자금법 위반혐의에 대한 22차 공판에는 야권 인사들이 대거 운집했다. 이해찬 전 총리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좌우에서 버티고 섰고,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정세균, 박지원, 문희상, 이미경, 신기남. 유인태, 유선호, 전병헌, 백원우 의원 등 야권 거물 정치인들이 든든하게 뒤를 받친 형국이었다. 이기명 전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의 모습도 보였고 변호인석에는 오랜만에 강금실 전 법무장관도 모습을 보였다.

이날은 증인신문 마지막 기일이었다. 그동안 법정에 자주 나오지 못한 미안함이 우선 있었을 터이고 핵심증인 한만호 전 한신건영 사장이 한번 더 나온다니 호기심도 조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결심(9월19일)과 선고공판(10월 초) 등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오면서, 그동안 외롭게 정치탄압에 맞서 왔던 한명숙 전 총리에게 총력지원의 연대의지를 과시하려는 뜻이 가장 컸을 것이다.

“힘내라, 한명숙!” 마지막 증인신문 기일에 보여 준 정치권의 연대와 총력지원의 의지

이날 재판장은 한 사장에 대한 신문시간을 보충질문 포함, 양측에게 각 1시간 30여분씩으로 엄격히 제한했다. 오후에 예정된 현장검증 때문이다. 이 제한된 시간에 양 측이 한 사장으로부터 끌어내고자 하는 것은 처음부터 분명했다.

검찰의 목표는 한 사장 석방 직전 몰수한 서신과 접견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돈을 줬다”는 한 사장의 애초 검찰 진술이 진실이고, “돈을 드린 적이 없다. 한 전 총리님은 누명을 쓰고 계신 것”이라는 법정 양심고백이 거짓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반면 변호인단은 한만호 사장이 법조브로커 남 아무개의 겁박과, 잘하면 검찰의 힘을 빌려 회사를 되찾을 수도 있겠다는 헛된 욕심으로 검찰에 협조한 것이 사실이며, 당연히 이후 한 전 총리에게 덧씌워진 혐의는 모두 거짓임을 입증하는데 총력을 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양측에 다 불행하게도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었다. 검찰이 이날 한 사장에게 그 의미를 집중적으로 물었던, 즉 “(한 전 총리의 지역구 관리 비서인) 김 아무개씨에게 접견을 오게 해 달라”, “내가 중대한 결단 내리려고 하니 (김 비서가) 아무도 모르게 한번 오라고 하라” 등의 옥중 서신과 “(김 비서 포함) 지인들에게 3억원을 빌려 달라고 했다”, “내가 반공갈성으로 넣었기 때문에 답변이 오긴 올 거예요” 등 모친과의 접견 대화 내용들은 이미 지금까지 재판과정에서 한두 번씩 걸러진 것들이다.

다만 검찰은 이날, ‘(검찰에) 적극 협조하였기에 강압수사는 없었다’ ‘검찰에 조기 가석방요구나 보석허가, 형집행정지 등 여타 편의를 요구한 적 없다’ 는 등의 한 사장 옥중 메모를 적극 제시해, 이 재판이 잘못된 것일지라도 그것은 한 사장이 자진해서 혐의사실을 진술했기 때문이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미리 발을 빼두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어머니 증언 가혹하다 치매증상 심장병 투병중 검찰이 문병까지 가서 잘 알텐데 증인압박 고통주려 증인신청 수사접견 때 부모생명 지장있으니 삼가해 달라 검찰 부담되는 이야기 안 하겠다” 는 내용이 적힌 비슷한 종류의 옥중 메모를 제시하면서, 한 사장이 한 순간 양심선언을 다시 번복할 생각까지 할 정도로 극심한 강박증에 시달렸음을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한 사장은 변호인의 신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때는) 무엇보다 어머니의 생명이 우선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밖에 한 사장은 변호인 신문을 통해, (법조브로커 남 아무개씨와 함께, 이 사건의 유력한 물적 증거로 채택된 ‘채권회수목록’을 만들었고, 1차와 5차 공판 때 증인으로 나와 돈 가방이 한 전 총리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던) 한신건영 전 경리팀장 정 아무개씨가 부도가 임박한 상황에서 회사에 입금되어야 할 환급금 5억원을 들고 잠적했던 사실을 밝혔다. 환급금을 회사로 돌려달라고 하자 “내가 투자한 돈은 어떻게 받느냐”며 거부하니 자신의 부인이 횡령으로 고발했으며 그것을 자신이 취하해 준적이 있다고 했다. 자금조성과 전달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정황을 증언할 수 있는 주요 증인으로 간주됐던 그가 사실은 단순한 회사직원이 아니라 한 사장, 남모 브로커 등과 복잡한 돈관계로 얽힌 이해당사자였던 것이다.

한 사장은 이어 자신이 구속된 상태에서 정 부장 포함, 김 아무개, 한 아무개 등 회사 임원들과 몇몇 수분양자들이 자기들 이익보호를 위해 회사를 마음대로 했고, 남 아무개씨를 자신도 모르는 상황에서 회사에 영입했으며, 이 남 아무개씨가 한 사장의 보유주식 25%를 넘겨받아 대주주가 됐었다는 사실들을 이날 비교적 소상히 털어 놓았다. 한 사장은 또, 진짜로 돈가방을 전달한 사람으로 지목한 모 교회 김 아무개 장로가 “현금이 좋긴 좋네요” 하면서 가방을 들고 흔들다 손잡이가 떨어졌다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에피소드를 생생해 기억해 내기도 했다. 여기에 언급된 사람들은 대부분 지금까지 한 번씩은 증언대에 섰던 이들이다.



한 사장 회사에서 벌어졌던 기막히고 희한했던 뒷얘기들, “믿을 사람이 없다”

마지막으로 재판부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던 중요한 대목들을 한 사장에게 직접 물었다.

- 2010년 4월 초, 검찰청에서 남 아무개를 만난 후 검찰에 협조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처음에는 모두 9억원을 준 것으로 하자고 했다는데, 정 아무개가 작성한 ‘채권회수목록’에도 5억원만 전달한 것으로 나와 있고 검찰도 그냥 5억으로 하자고 하는 상황에서 왜 증인만 9억원으로 하자고 계속 주장했나.

“회사를 경영하다보니 많은 비자금을 조성했었다. 하지만 문제(김비서에게 한번 빌려 준 것, 김 아무개 장로 등에게 두 번 전달한 것)가 된 3억원씩 3차례 자금 조성은 특별조성 과정을 거쳤다.”(많은 사람이 알게 돼 너무 공개된 자금인데다 한 묶음으로 처리해야 할 성질의 돈이어서 5억원을 따로 분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짐)

- 증인도 그중 (맨 처음 조성된) 3억원이 김 아무개 비서에게 간 것은 시인하고 있다. 왜 처음부터 3억원만 하지 않았나.

“큰 죄를 졌다”(나쁜 마음을 먹었을 때 기왕 저지르는 것 한번에 해결해 버리려는 의도였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짐)

- 한 총리가 대선 경선 즈음해서 현금 1천만원을 제공했다가 되돌려 받았다는 이야기는?

“김 비서가 한번은 (한 총리) 사무실 직원들이 월급을 반밖에 못 받는다고 했다. 내가 봉투에 현금 1천만원을 넣어 아무도 없을 때 책상에 올려놓았는데 얼마 후 김비서에게서 전화가 와서 ‘무슨 돈이냐, 직원들 월급 얘기는 농담이었다’면서 ‘당장 본인이 직접 와서 가져가라’고 해서 가져 왔다.”

- 그 일이 언제쯤인가. 3억원 빌려 주기 전인가, 후인가.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후인 것 같다.”



현금 천만원 봉투까지 질겁하고 되돌려 준 한 총리 비서

오후에 현장검증을 앞두고 일산지역 모 교회 류 아무개 담임목사와 한만호 수사를 맡았던 검찰 조 아무개 수사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있었다.

류 아무개 목사는 한 전 총리의 지역구이며 한 총리가 다니기도 했던 교회 목사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정치자금을 받는 대가로 한 사장이 이 교회신축공사를 딸 수 있도록 류 목사에게 청탁했으며 그 대신 한 총리가 교회건축을 위해 교통영향평가, 문화재 지표조사 등 여러 민원을 부당하게 해결해 줬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류 목사는 한 전 총리가 한신건영이 공사를 따게 해 달라며 청탁한 사실이 없느냐는 검찰 질문을 딱 한 마디로 일축했다. “그런 일 없다.” 한신건영은 후보 3개사 중 하나로까지는 올라갔지만 결국 탈락했다. “자금조달 방안이나 회수방안 등에서 내건 조건이 좋았기 때문에 최후 후보까지 올라갔으나, 교회소속 회계사를 시켜 3개사 재무구조나 경영상태 조사를 해 보니 한신이 적합지 않아 탈락시켰다”고 했다.

한 사장의 증언에 따르면 거기까지 오르는 데만 김 아무개 장로, 박 아무개 브로커에게 로비자금 6억원을 쏟아 부은 것이다. 이들이 어떤 역할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류 목사는 “나와 건축위원회 외에 어떤 교인도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걸로 끝이다. 한 총리는 돈도 받은 적 없고 청탁을 넣은 적도 없다고 한다. 나머지는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신축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느냐는 것인데, 그것이 무슨 역할이 되었건, 합법적이냐, 심지어 불법‧부당한 청탁일지라도 그건 이 사건의 본질과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희한한 것은 마지막 증인으로 나선 검찰수사관이다. 이 사람은 지난해 4월 초 수사초기에 한 전 총리와 한 사장이 돈을 주고받았다는 한 총리의 일산 풍동지역 자택과 길거리에 대한 현장조사를 한 후 실황조사서를 작성한 장본인이다. 4월 7일에 작성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신응석 검사가 지휘한 현장조사단이 그 전날에도 오후 늦게 현장에 갔던 사실이 있음을 지적했다.

전날 갔을 때는 아무 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되돌아 왔다고 한다. 검사가 “퇴근시간도 되고 해서 아파트에 왕래하는 주민들이 많으니 (보안상) 오늘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내일 일찍 다시 오자”고 해서 그랬다는 것이다. 단순히 그것이 문제였다면 출발 전에 충분히 착안했어야 할 사항이다. 더구나 사건현장을 조사하려면 발생시점과 가장 근사한 정황에서 살펴보는 게 원칙일 텐데, 오후 4~5시에 그 장소에서 돈이 오갔다면서도 구태여 그 시간대를 피해 오전에 가 보는 것도 이상하기는 하다.

하지만 증언내용보다 문제는 이 증인의 태도다. 이 증인은 검찰신문과정에서, 한 전 총리가 차에 앉아 돈을 전달받는 정황에 대한 조사내용을 설명하다가 백승헌 변호인이 재판장에게 이의를 제기하려는 순간, “여보세요! 내가 지금 증언하고 있잖아요!” 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황당한 상황에 부딪힌 백 변호인이 “아니, 내가 지금 증인에게 뭐라는 것이 아니라 재판장에게…”라고 설명하려 하자 이 증인은 끝까지 “아니, 글쎄 내가 (먼저) 재판장께 증언하고 있잖아요!” 라고 계속 소리치는 것이었다. 재판장도 이 뜻밖의 상황에 어리벙벙한 듯 했다.

이 수사관은 증언이 끝나고도 즉시 증언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굳이 발언시간을 얻더니 신세타령을 늘어놓았다.

“내가 지금 검찰 수사관 20년 인생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한만호가 검찰에서 내게 ‘돈 준 사람이 따로 있다’고 했는데 내가 묵살한 것으로 알려 졌기 때문이다. 검찰수사관이 죄인이냐. 그런데도 내 이름이 인터넷 등을 통해 알려져 견딜 수 없다. 재판장께서 어떻게 좀 해 달라.”

검찰집단의 안하무인이 이 정도인 것이다. 감히 전 총리를 함정에 쳐 넣으려는 집단의 일원이 보잘 것 없는 자신의 처지는 철저히 챙기고 보려 하는 이 이기주의와 보신주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 단세포적인 사고방식! 지위가 낮은 하급직원이기에 그가 속한 집단의 오만의 수준을 더욱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것 같다.



하급 검찰수사관의 안하무인, 방약무도가 이 정도이니…

이로써 증인신문이 모두 끝나고 오후 늦게 일산 풍동지역에 있는 한 전 총리의 옛 자택과 돈을 주고받았다는 구(舊) 도로에서 현장검증이 이루어졌다. 현장검증 방법에 관해 논의했던 먼저 기일에, 검사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자신들의 얼굴이라도 유포된다면 난리가 난다며 초상권보호를 강력하게 요구했던 터다. 1백50여명의 경찰을 동원해 외부인을 철저히 통제한 가운데 한만호 사장, 재판관들과 법원직원들, 검사들과 수사관들, 변호인단, 풀기자 및 사진기자들 40여명만 참석한 가운데 현장검증이 이루어졌다.

돈을 줬다는 한 사장의 진술을 기둥으로, ‘채권회수목록’과 한 사장이 발행한 1억원짜리 수표를 물적 대들보로 짜 맞춘 혐의내용이다. 1억원짜리 수표의 용처가 어느 정도 설명이 됐고, 채권회수목록은 믿을 수 없는 인물들이 믿을 수 없는 동기로 작성한, 그다지 신빙성이 없는 문건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가장 결정적인 건 ‘한 전 총리께 돈을 전달한 적이 없다’는 한 사장의 양심선언이다. 이렇게 기둥이 부러지고 대들보가 무너진 상황에서 도대체 돈을 주고받았다는 현장에 대한 검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조작의 현장이 허구의 현장으로 변했을 뿐이다.

정확히 몇월 몇일 몇시에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전달했는지조차 특정하지 못하고 시작된 재판이, 한 전 총리의 차를 길거리에서 발견하고 그 차에 가방을 실어 날랐다면서도 당시 한 전 총리의 차종은커녕 차량 색깔도 특정하지 못한 채 이루어진 현장검증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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