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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세상칼럼

[한명숙 전 총리 항소심 결심공판] 한명숙의 분노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2011.12.19


한명숙의 분노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 구형한 검찰...정치검찰 개혁 다짐

강기석 /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편집위원장




“지금 검찰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었고 생각도 바뀌었지만 검찰의 시계는 여전히 20세기에 머물러 있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의 분노가 드디어 폭발했다. 16일 서초동 고등법원 403호 법정에서 열린 곽영욱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의 구형이 끝난 후 피고인 최후진술을 하면서다.

검찰은 이날 ‘항소이유 및 검사 최종의견’이랍시고 2시간여에 걸친 한편의 3류 대하 추리소설을 장황하게 풀어 놓고는, 1심과 같은 형량인 ‘징역 5년, 벌금 5만달러’의 구형을 때렸다(워낙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여서 재판장이 “몇 년이요?” 하고 재확인한 형량이다).

재판장이 재확인한 형량 ‘징역 5년, 벌금 5만달러’

차분하게 최후진술을 읽어가던 한 전 총리의 목소리가 점점 격앙되면서 노기마저 띠는 듯했다. “사실이 아니라 사람을 표적으로 부당한 기소를 감행하고, 그런 표적수사를 한 사람들이 ‘표적판결’ 운운하며 사법부를 비난하고 있다”며 강하게 검찰을 질타한 그는 “그래서 오늘 제가 서 있는 이 자리의 일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망각은 또 다른 피해자와 희생자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정에서 다시 한번 정치검찰 개혁을 다짐한 것이다.

한 전 총리가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부당한 기소를 지적하며 1심 때와 마찬가지로 포괄적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후 진행된 ‘검사 최종의견’은, 시간상으로나 정황상으로 전혀 사건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허접한 증거들을 억지추론으로 짜 맞춘 것이었을 뿐 아니라 1심 재판장(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 김형두 부장판사)에 대한 공개 비난문을 방불케 했다.

검찰에 따르면 뇌물사건은 두 사람 사이에 친분이 있는가, 동기가 있는가, 과정이 자연스러운가, 누구 말이 사실과 일치하나 등을 따져야 하는데 1심 재판장은 전혀 그 어느 것도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1심 재판장은 공정하고 중립적인 심판역할을 포기했으며, 곽영욱의 자유로운 증언을 방해했을 뿐 아니라, 검사의 증인신문에 수시로 개입했고, 곽영욱에게는 ‘위증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위압적으로 신문했다”는 것이다.

또한 "피고측 증인과 변명의 합리성과 신빙성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고 유리하게만 해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번 사건 수사가 대한통운의 제보에 의한 것이었고(기획수사가 아니라는 뜻), 한 전 총리가 아닌 누구라도 기소할 수밖에 없는 사건(표적수사가 아니라는 뜻)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런 훌륭한 검찰에 이런 형편없는 법원이라니!

검사 최종의견, 1심 재판장 공개 비난

검사들의 억지 주장과 허접한 증거들은 곧 이어진 변호인 변론요지를 통해 낱낱이 허구를 드러냈다. 백승헌 변호인은 이 사건이 수사단계에서부터 언론플레이를 통한 한 총리 흠집내기에 이용됐고, 1심 (무죄)판결 직전에 별건으로 수사가 진행돼 겨우 공소가 제기된 2차 사건(한만호 사건)과의 병합을 위해 무리하게 항소가 이루어진 것임을 우선 지적하고, 이 항소심을 위해 검찰이 한 총리의 친인척 뿐 아니라 노무현재단으로까지 금융거래 정보 뒤지기를 확대한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변호인은 “곽영욱이 인사청탁의 대가로 총리공관 식사 후 의자위에 5만 달러를 두고 나왔다”는 내용의 이번 사건은 오찬장에서 실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인사청탁이 있었는가, 대가였는가, 대가로 준다는 사정을 알고 받은 것인가가 원심이 파악한 쟁점이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이어 이런 쟁점들에 대해 원심은 “유일한 직접 증거인 곽영욱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만한 입증에 실패한데다, 현장검증을 통해 오찬장에서 돈을 주고받을 수가 없다”고 판단한 이상 인사청탁이 있었느냐 등의 다른 쟁점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살필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었음을 설파했다.

변호인은 원심 재판장이 곽영욱 사장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여러 이유들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대로 한 총리와 곽 사장이 잘 아는 사이였다면 왜 굳이 여럿이 참석한 오찬장에서 달러 봉투를 의자위에 놓고 나오는 부자연스러운 방법을 택했을 것이며, 그밖에도 오찬장의 개방성, 사람들의 왕래, 경호와 의전 등의 문제가 있다. 당시 재판장은 현장검증을 통해 “(이런 장소에서 돈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상식과 경험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압권은 “(곽영욱이) 정상적인 고등교육을 받고 오랫동안 대기업 및 공기업 최고경영자로 근무하였으며 가정생활 등에서도 특별히 문제가 없고 전과도 없기 때문에 그의 말에는 거짓말이 하나도 없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그렇다면 정상적인 고등교육을 받고 오랫동안 민주화에 헌신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총리를 지냈고 가정생활 등 사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는 한 전 총리가 하는 말은 모조리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뭐냐”고 반문하는 대목이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곽 사장은 이날도 병색이 완연한 채 텁수룩한 수염에 안대를 찬 모습으로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재판 첫머리에 그는 검사의 피고인신문을 받았다. 검사가 “5만 달러 자백 후 한 전 총리에게 피해를 줄 만한 거짓말을 한 적이 있는가”고 묻자 그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어투로 무슨 말인가를 웅얼거렸다. 재판장이 곽 사장 측 변호인에게 “답변이 가능한가”고 묻자 “병원에서 우리가 뭘 물어 봐도 오락가락합니다.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합니다”고 답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곽 사장의 한 마디

그에 대한 검찰신문은 그 몇 마디로 끝났고 재판장은 “해독이 가능한 한도에서 (곽 사장의 진술을) 참고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의 말 중 일부를 바로 옆에 있던 한 전 총리는 분명히 들었던 모양이다. 최후진술을 하던 한 전 총리는 검찰을 질타하는 대목에서 자신이 들은 곽 사장의 말을 재판장에게 전했다.

“살려 준다고 해서 검찰이 하라는 대로 했어요.”

선고공판은 내년 1월 13일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9억원이 오갔다는 2차 한만호사건의 항소심이 또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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