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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브리핑

조중동 ‘민간인사찰 보도는 하되 MB심판론은 안되게’

2012.03.20

조중동 ‘민간인사찰 보도는 하되 MB심판론은 안되게’
‘민간인사찰 증거인멸’ 언론 보도 감상법

■ 장 전 주무관 ‘청와대서 금품 수수’ 폭로..권력기관 증거인멸에 총동원
■ 경향·한겨레 ‘증거인멸’ 1면 톱·사설 처리..동아·중앙 ‘의혹제기’조차 없어
■ 경향 “FTA·해군기지 논쟁에 ‘MB심판’ 의제 사라져” 지적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이 초대형 게이트로 번질 조짐이다. 증거인멸 과정에 권력기관이 총동원된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증거인멸 개입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검찰 출두를 하루 앞둔 19일 ‘메가톤급 폭탄’을 터뜨렸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이 작년 4월 유충렬 당시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을 시켜 나에게 5000만원을 줬다”며 유씨와 통화한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장석명 비서관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권력 핵심기관들 총동원된 ‘증거인멸’ 작업

장 전 주무관은 또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으로부터 추가로 금품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장씨는 “2010년 8월 30일 나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변호사 선임료 1,000만원에 이어 성공보수로 1,500만원이 더 필요했는데 이 돈을 최 전 행정관이 마련해 줬다”고 말했다. 장씨는 “영장 기각 며칠 후 최 전 행정관의 지시로 서초역 인근에서 B씨를 만나 4,000만원을 받았다”며 “그 돈을 들고 (내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으로 가서 1,500만원을 건넸으며 남은 돈 2,500만원은 그 곳에 있던 최 전 행정관이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장 전 주무관의 폭로는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에 이명박 대통령 최측근은 물론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개입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오늘자(20일) 서울신문은 사정당국 관계자 말을 인용,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건넸다는 5000만원은 국세청 간부가 조달했다고 보도해 또 다른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청와대, 검찰, 국무총리실, 국세청 등 국가 권력 핵심기관들이 민간인 불법 사찰 증거인멸 작업에 총동원 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앞서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이 2010년 추석 때 민간인 사찰 사건으로 구속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진경락 지원관실 과장 가족에게 ‘금일봉’을 전달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때문에 대체 이들 기관들과 대통령 측근들이 ‘무엇을 은폐하기 위해’ 민간인 불법 사찰 증거인멸 작업에 개입했는지 앞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향‧한겨레와 확연히 다른 조중동 보도

하지만 대통령 측근과 권력기관들이 총동원된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을 전하는 수구언론들의 보도태도는 비중과 주목도는 물론 사안자체를 보도하는데 있어서도 인색하기 짝이 없다.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한겨레 등이 1면 머리기사와 종합면 등을 할애해 관련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을 뿐 다른 신문들은 이번 사건을 보도하는데 있어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늘자(20일)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사설을 실은 곳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뿐이다. 특히 중앙일보는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을 사회면(18면)에서 보도해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좌- 경향신문,3월20일, 1면 톱 / 우- 한겨레, 3월20일 1면 톱)

동아일보는 1면 하단에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녹취록 관련 기사를 배치했지만 ‘천안함 폭침 2년 유족들의 아물지 않은 상처’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동아는 1면에 이어 2․3면도 전면을 할애해 ‘천안함 폭침 2년 기획’으로 배치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의혹보다는 안보의식을 고취시키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동아일보는 사안의 심각성 등을 고려해 보도는 하지만 4월 총선을 앞두고 ‘MB심판론’이 확산되는 것은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대통령 실장과 청와대 민정라인이 입막음에 나섰다면 정권 차원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조선일보 보도와 비교해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권력 핵심기관들이 총동원될 정도로 무엇인가를 은폐하고자 했으면 불법 사찰자료가 단순히 민간인에만 국한된 게 아닐 수 있다는 의혹제기는 상식적이다. ‘민간인 사찰 파문’이 처음 불거졌을 때도 MB정부가 정치·경제·사회·문화·언론계 인사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사찰을 진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동아·중앙일보에는 이런 의혹 제기가 없다. “우리도 보도는 하지 않았느냐”는 식의 ‘알리바이용 보도’만이 있을 뿐이다.


(동아일보, 3월20일 1면 하단)

‘MB심판’ 선거에 ‘MB심판’이 없는 이유

경향신문은 오늘(20일)자 3면에서 야당이 4·11 총선 화두로 삼는 정권 심판론이 뜨지 않는 이유를 분석했다. 경향이 내린 결론은 “여권이 공세적으로 선거판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해군기지 논쟁을 이슈화하고, 야권은 공천 후유증에 시달려 대여 전선을 짜지 못한 결과 MB심판이라는 의제가 사라졌다”는 것.

이명박 대통령이 2월22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한명숙 대표와 노무현 정권 인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를 제기한데 이어 여권이 지속적으로 민주당의 말 바꾸기를 공격하는 식의 ‘의제 옮기기 전략’이 일정하게 먹혀들어갔다는 얘기다.


( 경향신문, 3월20일 3면 톱)

하지만 경향의 분석에는 중요한 원인이 하나 빠져 있다. 여권의 ‘의제 옮기기 전략’이 조중동에 의해 주도됐다는 것이다. 여권이 한미FTA 논란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논란을 이슈화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열심히 지상중계한 것이 바로 조중동이었다.

여기에 ‘친노가 부활했다’는 조중동의 근거 없는 보도가 더해지면서 ‘MB정권 심판론’은 ‘박근혜 vs 노무현’ 구도로 급격히 이동했다. 물론 공천파동을 겪은 민주당이 한미FTA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논란을 자초한 대목도 있지만, 조중동의 ‘의제 옮기기 전략’이 MB심판론을 사라지게 한 핵심 원인인 건 분명해 보인다.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과 은폐 의혹이 청와대를 포함한 권력 핵심부로 의혹이 확산되면서 조선일보식 표현대로 ‘정권 차원의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사안으로 불거지고 있다. 그럼에도 동아·중앙일보는 여전히 ‘천안함’과 ‘북한 미사일’을 주요 의제로 올리고 있다. ‘MB정부 심판’이 조중동 개혁으로까지 연결되어야 하는 이유다.

팬더곰/전 미디어오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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