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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브리핑

<경향><한겨레><한국>사설 ‘불법사찰 몸통은…’

2012.03.29

<경향><한겨레><한국> 사설 ‘불법사찰 몸통은…’

■ 한걸음 더 나간 ‘靑 불법사찰 개입’…“이명박이 직접 밝혀라”
■ <조선><동아>는‘모르쇠’..확정안된 한명숙 측근혐의엔 ‘불끈’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계층이 날로 늘고 있다. 심지어는 지상파 방송뉴스도 텔레비전으로 직접 시청하는 사람보다 인터넷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이를 접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되는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에 인쇄돼 나오는 아침신문의 사설들은 진보와 보수의 오피니언 리더계층은 물론 일상적인 뉴스 소비자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진보 혹은 보수를 표방하는 이 나라의 언론사들이 선정하는 사설의 아이템은 진보 혹은 보수의 이념 지형을 그대로 드러낼뿐더러, 인터넷의 텍스트로는 도저히 전달될 수 없는 활자의 마력 덕분인지 보다 선명하게 이념 지형을 뉴스 소비자들 뇌리에 박혀들도록 만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3월 29일자 아침신문의 사설은 진보와 보수가 뉴스의 경중을 따지는 시각에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큰 격차가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공히 청와대 불법사찰의 몸통이 이명박 대통령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방점을 찍었다.

<한겨레> ‘불법사찰 몸통은 이명박’ 직격탄

한겨레신문은 “이 대통령은 언제까지 ‘사찰사건’에 침묵할 것인가”란 사설에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폭로한 이른바 ‘VIP’가 이명박 대통령을 지칭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민간인 불법사찰사건의 몸통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거론되기 시작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현 단계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민간인 불법사찰의 몸통이라고까지 노골적으로 기술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진으로서는 최고위직인 임태희 당시 대통령실장을 거론함으로써, 이 대통령의 턱 밑에까지 비수를 가져다 댄 형국이 되고 있다.

“임태희 당시 대통령실장이 사건 해결에 적극 나선 이상, 이 대통령에게 의혹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임 실장이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의 가족에게 금일봉을 전달한 것은 물론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 그의 정책보좌관이던 이동걸씨가 장 전 주무관에게 4000만원을 건넨 사실도 밝혀졌다. 지난해 장 전 주무관이 징계위원회에서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털어놓자 다음날로 최 전 행정관을 노동부로 복귀시키기도 했다. 임 실장 퇴임 뒤인 올 2월에는 대통령실장 직속의 인사행정관이 장 전 주무관에게 전화해 가스안전공사와 민간업체에 취업을 알선한 일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대통령 비서실이 사건 관련자들에게 돈을 건네고 취업까지 알선하며 입막음 공작에 발벗고 나섰다는 얘기가 된다“

고용노동부 장관을 거쳐 청와대 대통령실장으로 발탁된 임태희 당시 대통령실장의 인맥들이 민간인 불법사찰의 손발이 돼 왔고, 그 사실들이 들통날 위기에 놓이자 임 실장이 사건을 무마하는 데에도 앞장섰다는 짐작은 어떤 사람이든 가능할 것이다.


<경향> “이명박이 불법사찰 입장 직접 밝혀라”

경향신문 역시 “이명박 대통령, 불법사찰 입장 직접 밝혀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청와대 연루 정황을 다음과 같이 자세하게 전한다.

“이달 초 장진수씨가 숨겨진 진실을 폭로하기 시작한 이래 모든 의혹은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전 대통령실장, 전 민정수석, 전 고용노사비서관, 현 공직기강비서관에 이르기까지 의혹에 연루된 면면은 권부 핵심을 총망라하는 수준이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이 사설에서 주장하는 바는 명백하다. 사실이 이 지경까지 드러난 마당에 더 이상 이 대통령이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한겨레신문은 “이 사건은 대통령이 용의선상에 오를 정도로 초대형 게이트의 성격을 두루 갖췄다. 진상이 끝까지 덮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면 큰 착각이다. 검찰 수사가 여의치 않으면 특검과 국정조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의 관련자들부터 스스로 진상을 털어놓고 국민의 용서를 구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결국 열쇠를 쥔 사람은 이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증거인멸 인지 여부 등 사실관계를 밝히고, 사건에 연루된 모든 인사들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토록 지시해야 한다. 청와대 참모나 검찰 뒤에 숨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지적했다.

<조선><동아>사설 靑 불법사찰 ‘모르쇠’..한명숙 측근혐의엔 ‘불끈’

두 신문이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조중동이란 약칭으로 회자되는 보수신문의 사설에서는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않고 있다.

대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다른 신문에서는 관심조차 없는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측근의 공천헌금 수수사건을 사설로 다뤄 눈길을 끈다. 한명숙 대표 측근의 공천헌금 수수가 가벼울 리 없는 사건이긴 하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지금은 단지 혐의를 확인하고 검찰이 당사자의 신병을 구속, 수사하고 있는 상태일 뿐이다.

닉슨의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찜쪄 먹을 만한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사찰사건에 대해서는 한마디 입장 표명도 없으면서 권력의 반대편에 있는 야당 대표의 확정되지 않은 수사단계의 사건에 대해 사설로 이를 비난한다면 그것은 명백하게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는 그래도 염치는 있는 듯 제목에서부터 범죄의 확정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한명숙 대표 주변에서 왜 끊임없이 돈 문제 터지나”며 이런 문제가 터지는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조선일보는 그동안 검찰이 자행했던 ‘한명숙 죽이기‘와 관련된 여러 사건들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뒤(결코 그것들이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은 얘기하지 않고 있다) “한 대표는 늘 민주화 투쟁 경력을 앞세워 깨끗한 이미지를 부각하려 해온 정치인이다. 그런 한 대표와 측근과 가족에게서 잊힐 만하면 돈 문제가 새로 터져 나오는 이 사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라며 의문부호로 사설을 맺고 있다.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주장하는 바는 명백하다. 늘상 가해지는 ‘진보만 깨끗해야 한다’는 편파적인 논리구조 위에서 한명숙 대표 주변의 사건을 부각시킴으로써, 4.11 총선을 앞둔 야권의 도덕성을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새누리당과 궁극적으로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동아일보 역시 혐의를 받고 있는 두 사람(심상대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김승호 대표 비서실 차장)이 의원들을 제외한다면 한 대표의 최측근이란 사실을 부각시킨 뒤 “검찰은 심 씨가 받은 돈이 민주당 전당대회의 한 대표 경선 캠프에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를 밝혀내야 한다. 검찰이 표적 수사를 해서는 안 되지만 정치부패 수사에 무능해서도 안 된다”고 훈수까지 하고 나섰다.

동아일보 역시 사설 말미에서 “한 대표는 측근의 공천 장사에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사실을 알았다면 법적 책임도 져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측근들이 총선 예비후보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고 구속됐다면 민주당은 십자포화를 퍼부었을 것이다. 민주당이 한 대표 측근 비리에 무신경한 것은 이 당의 도덕성 지표가 될 수 있다”며 예의 진보도덕성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신문들은 어떨까.

신문시장의 복잡한 지형때문인지 요즘 다른 신문들은 한겨레-경향과 조선-동아-중앙의 대결에는 잘 끼어들지 않고 있지만 한국일보가 “MB까지 거론되는 불법사찰 은폐”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한겨레-경향 진영에 가세했다는 게 주목되는 점이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이 사건의 몸통을 자처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자신이 지휘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보고서를 '민정수석실 보고용'과 '직보용' 두 가지로 작성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불법 사찰의 결과물이 대통령실장 등 '윗선'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공식 지휘계통을 벗어난 비선조직이 민간인 불법사찰과 같은 탈법을 거리낌없이 저지르는 것은 최고 권력의 비호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제 사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신문이나 경향신문의 사설과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조금도 덜하지 않다.


신문의 사설을 담당하는 논설위원들이 어떤 아이템을 선택해 사설의 주제로 삼느냐 하는 것은 그 신문의 독자를 이루는, 혹은 이념적 배후에 있는 오피니언 리더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명숙 대표 주변에 대한 검찰 수사를 굳이, 혹은 억지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부각시키는 것도, 한겨레신문이나 경향신문이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사찰 개입 의혹을 다루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립적인 입장(다른 면에서는 기회주의적일 수도 있으나)에 있는 한국일보가 한명숙 대표 주변의 공천헌금 수수의혹을 외면하고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사설 아이템으로 선택했다는 것은, 현 단계에서 사건의 경중을 시민사회 혹은 시민들 일반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서영석/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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