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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브리핑

KBS 새노조의 대형특종-국기 흔든 사찰 <조중동>은 눈 감았다

2012.03.30

KBS 새노조의 대형특종-국기 흔든 불법사찰에도 <조중동>은 눈 감았다

■ <한겨레><경향>, KBS새노조 ‘특종’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대대적 보도
■ <조선> 축소, <동아><중앙> 단 한 건도 보도 안해..전형적 ‘여론왜곡’


KBS 기자들이 큰 일을 해 냈다. 대형특종을 터뜨린 것이다. 현업에서는 할 수 없었던 것을 파업 중에 해 낸 것이다.

국민들은 그동안 장진수 전 주무관의 잇단 폭로 덕분에 MB정부의 민간인사찰 은폐시도의 진상을 점차 뚜렷이 알게 됐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은폐를 꾀했던 사찰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사찰에 동원됐던 10대의 컴퓨터가 검찰 압수를 앞두고 ‘디가우징’이란 방법을 통해 철저히 파괴됐다는 보도에, 사찰내용이 영원히 사라졌으리라고 짐작만 할 뿐 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버젓이 살아있었음이 파업 중인 KBS 새노조 기자들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새노조는 자체 운영하는 <리셋(Reset) KBS 뉴스9>(www.kbsunion.net)를 통해 29일 특종보도를 예고하더니 이어 1~6회 긴급특집방송을 통해 사찰의 자세한 내용을 전했다. MB정부의 운명 뿐 아니라 가히 국가의 기틀을 흔들만한 내용들이다.

특정 언론사가 타 언론으로부터 특종을 얻어 맞았을 때의 반응은 대략 두 갈래로 나타난다. 하나는 애써 무시하기다. 오기와 자존심 때문이다. 두 번째는 더 깊이 파들기다. 아주 중요한 뉴스라고 판단했을 때 더 많은 정보, 더 깊은 정보를 캐내 낙종을 만회하려는 것이다.

<경향>과 <한겨레>는 두 번째 방법을 택했다. <경향>은 30일자 신문에서 1면 톱은 물론 2‧3‧4‧14면을 털어 대대적으로 사찰내용을 취급했으며 <한겨레>도 역시 1면 톱과 2‧3‧4면을 할애했다. 속보에 밀렸지만 인쇄매체의 특징이며 강점인 ‘심층성’과 ‘기록성’을 살린 보도태도다.

방송의 ‘속보성’ ‘전달력’과 신문의 ‘심층성’ ‘기록성’이 어울린 향연

<한겨레>는 1면 톱 제목으로 ‘MB정부 불법사찰…대한민국이 감시당했다’를 달아 이 사건의 근본적‧포괄적인 의미를 살렸고 경향은 ‘YTN 배(석규)사장, 정권 충성심 높다’라고 달아 언론계에 대한 사찰에 집중했다. MB정부의 언론장악에 초점을 맞추고 사상유례없는 연대파업을 벌이고 있는 방송사 노조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찰의 내용이 무엇인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두 신문 기사의 제목만 따라가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먼저 <경향>이다.

2면; “사찰문건 보니…내연녀 표정‧대화내용까지 구체적 묘사” “정두언‧ 남경필‧ 김근태 등 밝혀진 사찰만 수두룩” “여권 충격…야는 대대적 공세예고”

3면; “‘방송사 임원교체’ 옆에 ‘BH 하명’…청와대 개입 드러나” “공직윤리지원관실 출범부터 편법 졸속, 명분은 ‘공직기강’이지만 ‘정권친위대’”

4면은 사찰 입증문건을 직접 찍어 전면에 배치했고 14면에는 “‘증거인멸’ 최종석 소환조사…내주 영장 청구될 듯”을 내 보냈다.


다음은 <한겨레>다.

2면; “참여정부 인사는 ‘축출용’ MB정부 인사는 ‘충성검증용’” “조현오 등 공직자에 국정철학 항목 포함 ’정권보위‘ ’경찰 정부비판‘ 무궁화클럽보고서도 150건 이르러” “불륜행각 분 단위로 기록…사생활까지 엿봐”

3면; “YTN 배석규 대행 힘 실어줘야…언론장악까지 개입” “PD수첩 한겨레21 등 비판언론 집중(사찰)표적” “이건희부터 화물연대까지 재벌-노조 가리지 않아”

4면; “사찰 폭로자 압박하는 재수사, 권재진 입김 때문?” “장진수 변호사비 국세청이 기업서 걷은 돈?”

한 마디로 사찰은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으며 민간인, 재벌, 언론사, 공직자 가리지 않고 이루어졌고, 사찰을 하기 위해 미행은 물론 도청까지 행해진 의혹이 있고 사찰 결과는 정적 압박, 방송사 인사에까지 사용됐다는 것이다.

민간인‧공직자‧언론인 가리지 않는 미행‧감시‧도청…이것이 민주국가인가



이런 엄청난 사태에 <조선><중앙><동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이날 아침 조중동의 모든 지면에서는 KBS새노조가 폭로한 MB정권의 이 엄청난 민간인 사찰 ‘대란’을 정면으로 다룬 기사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시절로 돌아간 듯한 이 엄청난 정권의 민간인 사찰, 청와대와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증거가 뚜렷한 불법 행위를 조중동은 아예 깔아 뭉개기로 한 것이다.

<조선>의 1면 톱 기사는 ‘수도권 60~70곳, 5%p차 이내로 초접전’는 총선 판세분석 기사다. 사이드톱은 ‘어른들의 불법행위 아이들이 닮아간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설문조사결과 보도다. 2,3,4,5,6,7면 등 종합-정치 주요면 어디에도 KBS새노조의 민간인 사찰 폭로 기사는 없다.

10면(사회면)에 가서야 ‘총리실 사찰 증거라며 일부 문건 공개’와 ‘민간인 사찰 변호 강훈씨, 사건 축소할수록 좋다’는 2개의 관련 기사가 있다. 그러나 전날 밤 보도된 엄청난 분량의 문건과 그 안에 담긴 믿을 수 없는 정권의 불법행위에 대한 내용에 비하면 초라하다. 제목도 ‘총리실 사찰증거라며…’라는 식이어서 이 사안을 축소하거나 신뢰성을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조선>은 사설과 칼럼에서도 이 내용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동아>와 <중앙>은 아예 KBS새노조 폭로 관련 기사를 단 한 꼭지 싣지 않았다. 기사에서나 칼럼에서나 단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동아>는 1면에 박근혜-한명숙의 연설장면 사진을 톱으로, ‘북 로켓발사 제재 필요 50%, 미사일 사거리 늘려야 78%’라는 창간특집 여론조사 결과 기사를 사이드 톱으로 올렸다. 18면 (사회면)에서 민간인 사찰 관련 기사를 실었는데, 내용은 정작 KBS새노조 폭로 내용이 아니라 검찰발 조사 내용이다(그것도 눈에 띄지 않도록 하단에 게재했다). 제목도 ‘민간사찰 사건 맡은 변호사가 억지로 수사를 그만두게 해 검찰 심통나’로 뽑아 대통령이 개입된 이 어마어마한 불법행위를 코미디나 스캔들 정도로 축소하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중앙> 1면 톱은 ‘만주 옥수수밭 흙먼지 12시간이면 서울 도착, 급행 황사 잦아진다’는 국립기상연구소의 황사 이동경로분석 자료 기사다. 나라가 뒤집히는 데 황사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나라 뒤집히는 데 날씨 걱정…악의․왜곡․날조의 전형으로 남을 것

<동아>는 마침 오늘 아침 ‘창간 92주년’ 특집이라며 1면 하단에 ‘창간92주년 미래를 위한 약속’이란 글을 올렸다. “공정-객관-올바른 선택 도와드려요 ...더욱 엄정한 매니페스토 공약검증으로 정책 대결을 유도해 독자와 시청자가 밝은 눈으로 선택을 하도록 도울 것을 약속드립니다.” 하지만 <동아>의 오늘 보도태도는, 언제나 그렇듯이, ‘공정하지도, 객관적이지도, 올바르지도 않’았다.

언론의 주요 기능 가운데 ‘아젠다 세팅’(주요이슈 설정)과 ‘프레이밍’(여론 틀짜기)이란 게 있다. 언론은 이 두 가지 기능을 통해 여론을 올바로 형성하기도 하고 교묘하게 왜곡하기도 한다. <조선><동아><중앙>의 오늘 지면은 수구언론이 아젠다 세팅과 프레이밍 작업을 통해 어떻게 여론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날조하는 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로 남을 것이다.


김동성/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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