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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브리핑

죽으라고 패는 매, 사랑으로 때리는 매

2012.05.03

죽으라고 패는 매, 사랑으로 때리는 매


■ 통합진보당 경선부정, “진보간판 내리라”는 <조선>
■ <중앙> <동아>, 검찰에 수사의뢰 촉구
■ <경향>사설, <한겨레>칼럼, “단호한 치유책 결단 기대”

통합진보당에 난리가 났다. 비례대표 경선부정의 실태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가 2일 발표된 것이다. 진상은 충격적이다. 통합진보당은 정상적인 선거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거를 강행했고, 그 결과 당원들의 민의(民意)가 왜곡됐다. 지난 314~18일 진행된 경선엔 35512(85.2%)이 온라인으로, 5455(14.8%)이 현장 투표로 참여해 득표 순으로 비례대표 순번이 정해졌는데 이 과정에서 온갖 부정행위가 자행됐다는 것이다.

온라인 투표에서 투표 진행 도중 투표함을 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소스 코드(투표 프로그램 설계도) 수정이 네 차례 있었다. 똑같은 IP(인터넷 주소)에서 집단적으로 한 투표에서는 대리투표 사례도 확인됐다 현장 투표에서도 투표 마감 시각 후 당원도 아닌 사람이 투표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동일인의 필체가 선거인 명부에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는 것이다.

<조중동> 인정사정없는 채찍질

3일자 조간신문들은 일제히 매를 들었다. 조선일보는 특히 이 날자 사설에서 통합진보당의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 진상조사위원회의 발표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스트레이트 기사가 아닌 사설에서 이처럼 발표 내용을 상세하게 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조선은 <진보당, 북한식 투표 흉내 내려면 진보 간판 내리라>란 제하의 사설에서 진보당 자체 조사 결과 차마 덮을 수 없어 공개한 게 이 정도니 실제 부정 규모는 짐작조차 안 된다면서 진보당이 국민과 당원의 투표권을 앗아가는 투·개표 부정을 아무렇지 않게 일삼는 것은 독재에 항거하는 목적이라면 어떤 수단도 정당화된다1980년대 운동권 논리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조선은 이어
그러나 그들의 타도 대상이었던 1980년대 군사정권조차 지금 진보당처럼 대담하고 과감한선거 부정은 저지를 엄두도 못 냈다. 진보당 투표 부정은 4·19를 부른 1960년 자유당 3·15 부정선거와 닮은꼴이다면서 진보당 비례대표 경선에서 이처럼 심각한 부정이 있었다면, 그 선거 결과 앞 번호를 배정받아 당선된 사람들은 국민과 당원을 대표할 정치적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고 질타했다.

조선은 또 만일 새누리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진보당은 지금 어떤 주장을 펴고 있겠는가면서 진보당이 21세기 지구 상에선 북한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투표 흉내를 내려면 진보간판부터 내려야 한다고 비웃기까지 했다.

조선이 새누리당이나 이명박 정권의 각종 비리나 부정 등에 대해 눈감고 있거나 솜방망이를 드는 데 비하면 매정하기 짝이 없는 비난이지만, 지금의 통합진보당으로서는 입도 벙긋 못하고 매타작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듯싶다. 

<중앙> <동아>, “검찰에 수사의뢰하라

동아일보 역시 기다렸다는 듯 인정사정없는 채찍질을 해 댄다
.

동아는 <비례대표 부정선거가 드러낸 통진당 DNA>란 제하의 사설에서 이정희 공동대표 측의 경선 여론조사 조작 파문에 이어 비례대표 부정으로 통진당은 지난해 12월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고 규정하면서 통진당은 이번 총선에서 13석을 얻어 제3당으로 올라섰다. 야권 연대를 맺은 민주통합당이 연말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면 공동정부 구성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통진당의 경선 부정을 군소정당의 당내 문제로 간단히 넘길 수 없는 이유다고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특히 동아는 “통진당은 과거 김일성 김정일 추종 주체사상파(주사파)가 중심인 민주노동당 세력, 종북에 반대해 한때 민노당을 탈당했던 진보신당 일부 그룹, 국민참여당이 모여 만든 ‘한 지붕 세 가족’이다”면서 “이번 사건은 당을 장악한 주사파 그룹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기편 핵심들을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배치하려고 부정선거를 버젓이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동아는 이어 “이들은 북한주민의 인권 침해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입만 열면 인권을 말하고 도덕성을 강조한다”면서 “진보가 세상을 발전시킨다는 뜻이라면 이들이야말로 ‘반(反)진보’다”고 비꼬았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검찰에 수사의뢰할 것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중앙은 <진보당, 부정선거 수사 의뢰하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조사위는 부정선거지만 고의적인 것이 아니라 관리미숙이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당기위 회부를 촉구했다.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으로 봐서 이런 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다. 고의성 여부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진보당이 위기를 딛고 새로 태어나려면 스스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앙은 특히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비당권파나 시민단체의 고발로 검찰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넌지시 상기시키기까지 했다. 동아 역시 “통진당 측은 당내 조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정확한 진상을 가려야 한다. 이 문제를 어물쩍 넘어간다면 좌파 진영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겁을 줬다.

<경향>사설, <한겨레>칼럼, “단호한 치유책 결단 기대

경향과 한겨레도 통합진보당에 대한 회초리를 드는 데는 예외가 아니었다. 다만 두 신문의 비판에는 다소의 온도 차이가 존재했다.

경향은 <통합진보당은 진정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나>는 제하의 사설에서 진보정치와 정당에 기대를 거는 이유를 설명하고 왜 진보세력이 왜 도덕성에 자존이 걸어야 하는지를 설파했다. 이어 총선 때 관악을 여론조사 과정에서도 조작 논란에 휩싸였던 것을 상기하면서 “ 이번에 훨씬 심각한 선거부정 사례가 확인된 것은 이 당이 당내 선거부정쯤은 있을 수 있는 일로 간주하는 도덕성 불감증에 빠진 게 아닌가 의심하게 만든다”고 질책했다.

경향은 이어 “통합진보당이 이런 성향과 관행을 끊어내지 못하는 한 우리 앞에는 계속 기대를 배반당하는 일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당에 이런 관행이 남아 있다는 것보다 더 우리를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경선부정이 드러났음에도 이 부끄러운 사태를 통렬히 반성하고 당을 쇄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안 느껴진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은 또 “진보를 부르짖으면서 보수 못지않게 구태정치를 일삼는다면 뭘 믿고 진보를 지지하란 말인가. 우리는 통합진보당이 교섭단체 구성 같은 목전의 목표보다 더 본질적인 진보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에 맞닥뜨렸다고 본다. 지도부의 단호한 행동을 기대한다”면서 “대형 악재가 터졌으니 소나기만 피하고 가면 된다는 정도의 인식이라면 가망이 없다. 말로만 뼈를 깎는 뻔뻔한 정치인들의 모습을 통합진보당에서 다시 보게 되지 않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겨레신문은 이날 자 <통합진보당 당당하게 거듭나야 한다>는 제하의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의 칼럼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통합진보당의 현 상황이 법률적 해법도, 정치적 해법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하면서도 통합진보당에 대한 보수세력의 날선 비판을 경계했다. 그는 “지금 통합진보당 구성원들 중 상당수는 젊은 시절 공동체의 가치를 개인의 출세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투쟁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고 노동 현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앞당겨졌다. 통합진보당을 비난하는 사람들 중에는 대학 시절 동료들이 불의한 권력에 맞서 싸울 때 개인의 영달을 위해 도서관에 틀어박혀 고시 공부를 했던 사람들도 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성한용 기자는 그동안 통합진보당에 대한 보수진영의 ‘종북좌파’ 비난사를 열거한 뒤 “통합진보당에서 난 사고는 민주적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박근혜 위원장의 독선적 리더십으로 똘똘 뭉친 새누리당이 과연 민주적 절차의 부작용에 대해 언급할 자격이 있을까?”라고 의문부호를 던지기도 했다.

성 기자는 결론적으로 “그렇다고 통합진보당이 잘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통합진보당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러기 위해 거듭나야 한다. 이번 사건을 철저히 반성하고 책임져야 한다. 정당정치의 기본은 책임이다. 물러설 때는 확실히 물러서야 한다. 통합진보당은 당권파의 소유물이 아니다. 통합진보당에 표를 찍고 아직도 기대를 걸고 있는 수많은 유권자들을 외면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확실한 것은 당내 비리를 이런 정도로 솔직하게 파헤치고 이를 공개할 수 있었던 것은 여전히 진보세력이 부등켜 쥐고 있는 도덕성 덕분이라는 점이다. 남은 문제는 드러난 환부를 어떻게 고치느냐는 것이다. 이번에 비례대표로 당선된 1번~6번까지 전원이 사퇴하는 등 특단의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왕 진보이기 때문에 욕을 바가지로 먹어야 하는 것이라면 그에 대한 반성과 후속 대처도 처절할 정도여야만 진보에 대한 지지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뉴스브리핑팀/서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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