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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기특별칼럼]⑧ 노무현이 꿈꾼 민주주의

조기숙 상임운영위원·이화여대 교수 2012.05.29

             

[특별칼럼]노무현이 꿈꾼 민주주의  

한국 민주주의 뿌리 얕아...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지켜야   

 

 

조기숙 상임운영위원·이화여대 교수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했던 이상은 민주주의이며, 민주주의의 핵심은 진보적 시민주권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노 대통령은 정치가보다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사상가가 더 어울리는 호칭입니다. 노 대통령은 원광대학교 명예박사학위 수여 연설에서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최고의 사상이며 앞으로 우리 세상은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만큼 발전할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 민주주의에 완성은 없고 부단한 발전만이 있을 뿐입니다.

민주정부 10년간 우리는 가장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경험했습니다. 민주정부는 ‘4대 보험’ ‘기초생활보장법등의 도입으로 복지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1인당 국민소득 2만불의 경제대국으로 키웠습니다. 6.15정상회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을 통해 남북한 사이에 평화의 디딤돌을 놓았습니다.

민주주의의 확대로 창의성이 고양되면서 과학과 문화의 꽃이 만발했고 IT강국,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이름을 세계에 널리 알렸습니다. 불균형 성장전략을 극복하고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약자와 강자의 상생을 도모하는 균형발전전략을 실천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 이후 국민의 삶은 급격히 어려진 게 사실입니다. 참여정부 때에 양극화가 더 심해진 건 아니지만 빈부격차를 많이 줄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자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는 원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참여정부 시기 민주주의 높아졌음에도 민생은 어려워져

민주정부 때문이 아니라 민주정부임에도 불구하고민생이 어려워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참여정부는 국민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좀 더 적극적으로 개선하지 못했을까요?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 첫째, 사회경제적 쟁점이 선거의제가 아니었으므로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권한위임(mandate)을 국민으로부터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2002 대선의 핵심 쟁점은 새 정치 대 낡은 정치였습니다.

사회경제적 정책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재벌개혁 소리만 나오면 경제가 어려운데 경제를 망칠 생각이냐며 비난했고 세금에 대해 토론해보자면 세금폭탄이라고 아우성을 쳤습니다. 규제개혁 철폐가 개혁이라고 믿는 국민이 대다수였습니다.

민주정치는 여론정치인데 진보적 정책에 대한 여론을 만들어내지 못한 이유는 박정희 근대화로 대변되는 오랜 성장주의 유산의 영향으로 국민의 생각을 단시일에 바꾸기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수구언론의 구체제에 대한 옹호는 국민의 이러한 생각을 보다 견고하게 만들었습니다.

둘째,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만한 대안이 부족했고 대안이 있어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좌파진영은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이상적이고 급진적인 대안을 내놓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습니다.

진보지식인이나 정치인, 언론인은 국민에게 자신의 대안을 설득하려는 노력 대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노무현대통령만 공격했습니다. 참여정부가 경제적 민주화를 실천하지 못한 건 하기 싫어서 혹은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힘이 없어서 혹은 국민적 동의를 얻을 대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재벌개혁·증세에 여론이 반대..진보진영도 급진적 대안만 제기

셋째, 조선시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해방 이후 60여년의 보수일색의 지배체제에서 공고화된 기득권의 연합을 뚫고 소수정부가 개혁에 성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민주화로 인해 국가의 권한이 급격히 약화된 틈을 언론, 검찰, 재벌이 차지했습니다. 민주화가 다 되었다고 생각한 유권자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고 독재문화의 유산으로 대통령이 시민주권의 대리자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견제해야 할 권력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참여정부에서 서민의 삶을 개선할 사회경제적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한 것은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90%의 국민들이 민주주의가 다 이루어졌다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성숙한 민주주의가 작동하지는 않았습니다.

대통령은 특권을 버리고 모든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었지만 정당도 국회도 시민사회도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천하지 못했음을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소속 민주주의 연구회교수들이 최근 연구결과 발견했습니다. 그 결과는 <한국 민주주의 어디까지 왔나?>라는 책으로 곧 출간될 예정입니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권이 집권하자마자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겁니다. 그만큼 우리 민주주의는 뿌리가 허약했던 것입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중에 우리사회 민주주의의 위기 징후를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의 예언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국민의 기본권이 억압 받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언론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습니다.

권력 국민에게 돌려줬지만 정당·국회·시민단체도 민주주의 실천 서툴러

노 대통령은 우리의 무관심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민주주의에 대한 무관심은 민주주의에 대한 외부의 적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국민이 안심하고 더 이상 민주주의를 걱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민주주의에 시장의 지배, 언론의 지배 등 새로운 지배구조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그 위험성을 망각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노무현대통령이 꿈꾸는 세상은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입니다. “나라의 발전은 국민이 생각하는 만큼 간다고 했습니다. 민주국가에서는 국민이 원하면 여론이 정책이 됩니다. 2012년 대선의 해를 맞이하여 우리가 민주주의를 다시 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 동안의 민주주의가 김대중
, 노무현과 같은 선의의 지도자, 시민단체 활동가, 정치인에 의해 지켜온 위로부터의 민주주의였다면 2012년 대선에서는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성취해야겠습니다. 그것이 노무현이 꿈꿨던 민주주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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