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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세상칼럼

참여정부 한일관계에 무지한 정몽준 의원

박선원 전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 2012.07.04

참여정부 한일관계에 무지한 정몽준 의원
허위사실로 위험한 발언..노 대통령 日에 “과거사 왜곡 않는 한 협력관계 유지”


박선원 / 전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


정몽준 의원, 도대체 어디로 튀고 있는지 방향은 알고나 있는가?

지난 2일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매우 위험하고 근거없는 발언을 늘어놓았다. 2005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참여정부가 미국의 핵우산 제공 관련 조항을 공동합의문에서 삭제할 것을 제의하면서 일본을‘가상의 적’으로 규정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또 정 의원의 측근은 윤광웅 당시 국방장관이 미 럼스펠드 국방장관에게 이같은 내용을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여러 신문과 방송에 보도된 이런 내용을 종합해 봤을 때,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겠다는 정 의원이 안보와 외교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이 있는지 의심이 간다.

■ 언론에 보도된 정몽준 의원 발언의 주요내용
“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 시절 우리정부가 미국측에 일본을 ‘주적’으로 규정하자는 제안을 했다. 장관은 물론 사령관들도 오는 장관회담에서 있었던 일”

“영어로 하이퍼세티컬 에너미 (hypothetical enemy), 가상의 적인데 군사전략상 주적이란 표현을 안쓰기 때문에 가상의 적은 ‘주적’과 같은 개념”

“일반 국민의 감정이 일본에 안 좋고, 독도가 항상 시비이고 하니 노 대통령이 제안한 것”

“한국과 일본이 같은 민주주의 국가로 그렇지 않은 국가에 대해 손잡길 바랐던 미국 측이 굉장히 당황했다. (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한 쪽으로 편향된 것”

“그래도 일본은 한반도에 유사 상황이 발생할 때 돕겠다고 법까지 돼 있는 나라”

“미국이 (노 전대통령의 제안을) 일본에 가르쳐주지 않았겠느냐. 일본은 그 이후 우리나라를 어떻게 봤고, 미국은 또 어떻게 한국을 봤겠느냐”


필자는 우선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2005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와 당사자로 거론된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직접 확인했다. 7월3일 오전 윤광웅 전 국방장관에게 정몽준 의원의 발언을 설명해주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냐고 물었다. 윤 전 장관은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느냐. 나는 그런 식의 말 자체를 하지 않는 사람이다.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정몽준 의원은 왜 이런 발언을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면서 했을까?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논란 와중에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이명박 정권과 노무현 정부의 한일 정책에 양비론을 펼치면서 자신은 합리적 입장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니면 말고’식 발언의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면서 기자들에게 말한 것은 아닌가도 생각된다. 그러나 정 의원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명예훼손일 수 있으며, 언론의 시선을 끌기 위해 외교안보 관련 문제를 너무 경솔하게 짚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우선 ‘주적’이라는 대단히 말초적인 표현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대일정책을 한마디로 왜곡하는 의도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군사 용어로서의 ‘주적’이란‘교전 상태의 적국’을 뜻한다. 비록 엄연히 법률적 교전상태에 있긴 하지만 평화와 통일을 지향한다는 관점에서 북한을 상대로 공개문서에 적시하기도 쉽지 않은 표현이다.

그러는 마당에 일본을, 분명히 중요한 우리의 우방인 일본에 대해 노 대통령이 주적이라고 규정하자고 했다는 것은 정 의원의 상상력 세계에 존재하는 노 대통령에 대한 이해하기 힘든 오해와 감정을 덧씌운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주적에서 삭제하자는 마당에 일본을 ‘주적’으로 규정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분명한 허위사실이다.

정 의원이 ‘주적’이나 ‘가상적’(hypothetical enemy)이 같은 말이라고 주장한 것 역시 대단한 비약이자 왜곡이다. 가상적과 교전상태의 적국, 즉 주적(main enemy)은 적대성과 위협의 수준이 전혀 다른 개념이다. 참여정부는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주적이라 칭하지 않으나, 군 정훈자료에서는 그대로 사용했다. 주변국에 대해서는 ‘불특정 위협에 대비할 필요성’은 언급하였지만 가상적이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윤광웅 장관에게 지시했던 것으로 오해될 발언은 완전한 허위사실 유포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특히 정 의원은 노 대통령이 일본을 가상적으로 규정하자고 한 이유를, 마치 노 대통령이 정 의원 자신에게 그렇게 설명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일반 국민의 대일 감정이 안 좋고 독도가 항상 시비’이기 때문에 ‘가상적’이라고 했다는 거다. 상상과 주관적 착각이 낳은 곡해다.

사실을 말하자면 정 의원 주장과 반대였다

2006년 9월 노무현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하여 오찬을 같이 했다. 이때 동북아 평화와 안보협력, 그리고 중국과 일본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대화의 주제였다. 노 대통령과 당시 부시 미 대통령은 야스쿠니 신사 전쟁박물관 유슈칸(遊就館) 안에 여러 기록물들이,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을 미화하고 왜 일본이 패전했는지에 대해 완전히 오도된 역사인식을 담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일본의 우경화가 왜 동북아와 태평양 지역에 불행을 가져왔는지에 대해 두 지도자는 공감했다는 말이다.

한편 정 의원은“일본은 한반도에 유사상황이 발생할 때 돕겠다고 법까지 있는 나라”라고 발언했다. 참 기이하다. 정 의원의 오해와 과장, 과신은 도대체 어디서 끝이 날까? 일본이 ‘한반도 유사상황 발생’이 누구를 어떻게 돕겠다고 법으로 되어있는지 설명해보라.

1997년 9월 미국과 일본은 미일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해 일본 주변에서 무력사태가 발생할 경우 일본 자위대가 미군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방위협력 지침 개정 사항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1999년 5월 참의원에서 ‘주변사태법’을 통과시켰다. 골자는 일본 주변지역(한반도 포함)에 무력 분쟁 발생했을 때 미군에 대한 후방지원, 전투에서 부상당한 미군의 수색 및 구조활동, 미공군기의 일본 민간공항 이용 등을 적시한 것이다. 정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주변사태법을 일본이 마치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대를 도울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주변사태법은 일본이 주일미군을 아주 낮은 수준에서 지원하는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정 의원은 다른 법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만약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마치 일본이 그 누구도 모르게 한반도 유사시 한국 군대를 도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둔 ‘고마운 나라’인데, 우리 국민들은 그것도 모르고 반일감정에 춤추고 있다고 하는 자국민 폄하증세에 빠져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 참고 : 2003-2005년 한일관계 정리

● 노무현 참여정부는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를 지향하는 한일관계”를 표방하면서 일본 지도층에서 불행했던 과거사를 미화 또는 왜곡하는 언행이 나타나지 않는 한, 형식적인 과거사 사과 요구 보다는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관계를 발전시켜나가자는 적극적인 한일관계 발전 의지 표시

● 당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유사법제 통과 등 한일관계의 앞날에 많은 암초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03년 6월 6일 일본을 국빈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 국민과의 대화”에서 이와 같은 방침을 발표, 큰 호응을 얻었음.

 - 한일 셔틀외교를 추진하여 언제든 최고위층이 만나서 현안을 협의하고, 한일 신시대 개막을 위해 3개월 무비자 왕래 및 김포-하네다 셔틀 항공노선을 설치, 양국민이 사회문화적으로 더욱 친밀해지도록 노력

● 노무현 대통령의 이 같은 선의에도 불구하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연이은 야스쿠니 신사참배, 2005년 일본 시마네 현의 ‘다케시마의 날’고시, 독도 인근에 일본 해양순시선 파견, 일본 역사왜곡교과서 개정 출간 등으로 한일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됨

* 2001년 자민당 경선과정에서 '집단적 자위권 인정', '야스쿠니신사의 총리자격 참배'를 언급하며 보수우파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된 고이즈미는 2001년 8월 13일 ‘내각총리대신 고미 준이치로’ 명의로 야스쿠니 신사에 첫 참배. 2002년 8월 21일, 2003년 1월 13일 기습 참배. 2003년 9월 자민당 총재경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2004년에는 1월 1일 역시 기습 참배해 한일관계에 암운을 드리움. 2004년 12월 한일정상회담에서 적어도 한일국교정상화 40주년인 2005년에는 참배하지 말라는 우리측 요구를 거부. 고이즈미가 총리직을 그만 둔 2006년 8월까지 한일관계는 최악의 상태에 빠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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