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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문>이 찾아낸 '경찰이 머뭇거린 5초'의 진실

2012.07.20

<두개의 문>이 찾아낸 '경찰이 머뭇거린 5초'의 진실

 [7월 문화탐방 후기] 회원 90여명 다큐영화 관람...감독과의 대화 등 가져 




지난 18일 저녁 서울 광화문 부근의 독립영화공간 ‘인디 스페이스’에서 회원 여러분 90여명이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영화 <두개의 문>을 함께 관람했습니다.

'한국 다큐영화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두개의 문> 단체관람은 노무현 재단이 7월 문화탐방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행사였습니다. 이병완 이사장이 함께했으며, 영화 상영이 끝난 뒤 홍지유 감독이 회원 관람객들과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온 가족 회원,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 회원, 20대 대학생 회원, 직장인 회원 등 다양한 나이와 직업의 회원들이 2009년 1월 20일 그날 용산에서 벌어진 참혹한 현실을 숨죽여 지켜봤습니다. 관람 뒤 이병완 이사장은 “이 영화를 보며 또 하나의 슬픈 과거사가 추가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고 평했습니다.

홍지유 감독은 상기된 표정으로 “일반 시민은 물론 경찰과 공무원들도 단체관람을 함께 하고 있다”며 쌍용차 해고자들의 심리 치유에 전념하고 있는 정혜신 박사의 말을 인용해 “고통은 피할수록 더 고통스럽다. 직시하는 것이 극복의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명박 청와대의 홍보지침

2009년 어느 겨울날, 시민들은 출근길에 충격적인 아침뉴스를 들었습니다. 철거민 6명, 경찰특공대 1명 사망이란 용산발 대형참사 소식은 마치 세상을 뒤엎을 듯 끓어 오르게 했습니다. 하지만 곧 거짓말처럼 뉴스지면에서 일제히 사라지고 세상의 관심사에서 멀어졌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두개의 문>은 영화 초반에 그 이유를 밝힙니다. 바로 이명박 청와대의 ‘홍보지침’, “군포지역 살인사건으로 용산사건을 덮을 것.” 우리 언론들은 이 지침에 일사분란하게 따랐습니다. 유족들과 대책위의 외로운 싸움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러나 김일란 홍지유 두 감독은 시선을 놓지 않았습니다. 몰래 녹음기를  반입해 모든 공판 과정을 꼼꼼히 기록하고 현장에 있었던 기자, 대책위, 주민, 경찰들의 조각난 기억들을 모아 사건을 재구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보다 더 참혹한 현실, 다큐 <두개의 문>이 열린 것입니다.     

정말 몰랐던 사실 세 가지

1. 용산참사 당일 오후, 사건 담당 검사가 현장에 도착합니다. 기자들에게 둘러 싸인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 다 부검할 겁니다”. 놀란 기자들이 반문합니다. “가족들의 동의가 있어야죠.” 그 검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합니다. “필요 없어요. 그냥 다 할 겁니다.” 정권 차원에서 이 대형참사를 어떻게 다뤘을지 짐작케 하는 대목입니다.

2. 사망한 경찰특공대 고 김남훈 경사는 두 번째로 투입된 진압조였습니다. 앞서 첫 번째 진입한 진압조는 유증기와 시너 냄새로 눈 조차 뜨기 힘들어 곧 철수했습니다. 그만큼 경찰 지휘관들이 충분히 위험을 인지할 만한 상황이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10분 후 두 번째 조가 투입되었습니다. 곧 망루는 투입된 경찰의 증언대로 '지옥과도 같은 아비규환의 현장'이 되었습니다.

3. 현장에 있었던 한 경찰은 진술서에 “망루에 들어서자 안에서 한 농성자가 '다 죽어'란 소리를 질렀다. 바로 직후 화염이 일어났다“고 썼습니다. 마치 농성자가 불을 낸 듯 진술한 것입니다. 그런데 재판정에서 반전이 있었습니다. 변호사가 “'다 죽어'란 표현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다 죽어라’와 ‘다 죽는다’. 어감상 어떻게 들렸냐”고 묻자 그 경찰은 ‘후자’라며 “당시엔 적개심 때문에 그렇게(전자) 답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위험을 알리려 한 것 같다”고 진실을 토로했습니다.

다큐엔 나오지 않지만 영화보는 동안 당시 청와대 김은혜 부대변인의 섬뜩한 논평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사건발생 이틀 후 청와대 논평에서 “이번 사고가 과격시위의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혀 시민들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MB 권력이 어떤 시각으로 국민을 대하는지 극명하게 드러난 장면이었습니다.

“그가 머뭇거린 5초”

<두개의 문>은 당시 망루에 올라가 희생된 농성자들의 시각에서 만든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경찰의 시각에 가깝습니다. 그 이유로 홍지유 감독은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케 한 ‘5초’에 대해 답했습니다. “재판정에서 검사가 경찰특공대 한 경사를 몰아세우며 희생된 고 김남훈 경사의 사망 원인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그가 5초가 머뭇거리다 ‘농성자들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 머뭇거린 '5초'에 이 사건의 진실이 있다고 생각했고 곧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두개의 문>은 지난 20일 관람객 5만명을 넘어섰습니다. 흥미롭게도 일선 경찰서에서도 단체관람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용산참사는
경찰들도 깊은 트라우마에 빠져 있는 대형참사입니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눌 수 없는 사건입니다. 감독과의 대화 끝부분에 한 회원의 마무리 발언이 기억에 남습니다.

"정말 이 영화를 볼 수 있을까! 마음이 힘들까봐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오길 잘했다. 이걸 몰랐다면 어땠을까. 더 슬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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