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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아니라 당신들이 문제야!

조기숙 상임운영위원· 이화여대 교수 2012.08.02


노무현이 아니라 당신들이 문제야!


진보지식인의 반성과 성찰을 촉구한다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전 청와대 홍보수석


나는 2006년 책 <마법에 걸린 나라>에서 진보진영이 2007년 대선에 패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완전히 망치지 않는 한 20년은 집권하기 어려울 것이라 예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가 나라살림을 말아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진보진영이 다시 집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근혜 후보가 5년간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안철수 교수가 부상했지만 민주통합당은(민주당) 여전히 지리멸렬하다. 가장 큰 책임은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민주당을 잘못된 길로 인도한 일부 진보지식인과 정치인에게 있다고 본다.

특히 오마이뉴스에 지난 7월 31일자에 실린 “삼성과 손잡은 참여정부 실패 제대로 성찰해야” 제하의 기사에서 믿기 어려운 발언을 한 이상이 교수, 1940년대 정당개념에 머무르며 수시로 민주당을 잘못된 길로 이끈 최장집 교수, 아직도 시민단체 대표인 줄 알고 “안철수와 민주당 합쳐도 대선 못 이긴다”고 오마이뉴스 7월13일자 인터뷰에서 주장한 김기식 의원이 대표적인 예이다.

필자는 <마법에 걸린 나라>에서 나부터 참여정부의 실책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며 진보진영 내부의 분열이 가장 큰 문제이니 우리 모두가 릴레이 반성문을 쓰자고 촉구한 바 있다. 노 대통령 서거 직후 <오마이뉴스>에 또 한 번 같은 주장을 하며 반성문을 썼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만 반성하고 성찰했지, 정작 진보진영이 국민들에게 오합지졸로 비치게 만든 장본인들은 아직도 노 대통령에게 삿대질하며 조금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진보진영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노무현이 아니라 당신들이 문제야

4.11 총선 직후 민주당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07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실망했다는 응답자는 42%, 열린우리당의 정치행태에 실망했다 66%, 정부와 보수언론의 대립으로 혼란스러웠다는 응답이 70%로 나타난다.

노 대통령은 현재 38.6%의 지지도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호감가는 대통령 1위로 꼽힌다. 3년 전까지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박정희 대통령을 누른 것이다. 당시엔 보수언론의 왜곡보도로 정부에 실망했던 유권자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그를 재평가한 것일까? 아니다.

노 대통령은 이미 2008년 촛불집회 기간 중에 지지도가 50%에 육박했다. 국민들은 참여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해 상당히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과거사 청산 62%, 국토균형발전 60%, 대통령의 탈권위주의 행보 71%, 자주국방 및 자주외교 추진 62%, 이라크파병 62%가 잘했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혁신노력에 대해서는 매우 가혹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의 정치적 유산을 이어받으려는 시도에 대해 66%가 기대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왜 그런지 먼저 성찰해야 한다.

2007년 대선 당시만 해도 집안경제 사정이 5년 전에 비해 나빠졌다는 응답자는 30%였다. 그 중 다수는 한나라당 지지자이므로 여기에도 주관적인 평가가 개입된다. 이명박 정부 이후 집안경제 사정이 나빠졌다는 응답자는 53%인데 박근혜 후보는 최근까지 지지도 1위를 달렸다. 그럼 박근혜 후보의 지지도는 이명박 대통령이 민생을 잘 챙겨서 만들어진 것인가?

회고적 투표는 대통령 임기 중에만 존재

김대중 대통령 임기말 지지도 19%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후보는 당선되었고, 노무현 대통령 임기말 지지도 32%에도 불구하고 정동영 후보는 패배했다. 이명박 대통령 현 지지도 18%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는 당선 가능성 1위로 꼽힌다. 클린턴 임기말 지지도 68%에도 불구하고 고어 후보는 패했다. 나는 “대선엔 회고적 투표는 없다, 바보야”라고 말하고 싶다.

2007년에도 노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유권자가 정동영 후보보다는 이명박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다. 아직도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FTA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가 65%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FTA를 잘했다고 평가하는 응답자는 53%에 달한다.

보수주의자들이 노 대통령의 한미FTA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진보적인 유권자의 51%가 아직도 노무현의 한미FTA를 잘했다고 평가한다. 이명박의 한미FTA에 반대하는 것은 한미FTA 그 내용이 아니라 민주적 절차가 무시당한 것에 대한 비판여론이다. 반면 노무현의 한미FTA는 진보진영의 다수 유권자들로부터도 지지를 받고 있다. 진보지식인 대다수가 극렬하게 한미FTA에 반대했지만 유권자의 기류는 다르다.

즉, 진보의 분열은 노무현이나 참여정부의 잘못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다. 진보적인 지식인들이 진보진영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얼마나 다양한 집단인지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진보 지식인이 반대하는 정책엔 진보진영 유권자들이 모두 반대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유권자의 마음을 읽는 데에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상이 교수는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2010 지방선거와 2011년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복지국가가 시대정신으로 입증됐는데도 2012년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무참히 패했다는 사실”이라며 “제대로 된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선거분석에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참여정부에서 신자유주의 양극화와 민생불안은 더 깊어졌다. 때문에 당시 민주당은 2007년 대선에서 530만 표 차이로 졌고 결국 참여정부도 실패했다”는 무모한 발언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무식하면 용감하다지만 이는 자신의 주장이 최소한의 논리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아닌가.

2010 지방선거 승인은 MB심판과 노무현 서거

누누이 설명하지만 노무현은 국민적 합의 없이 복지하다가 선거의 지지층을 잃었다. 지금 안풍을 주도하고 있는 고학력 고소득자는 노풍의 주역이기도 했다. 새로운 정치하라고 뽑아줬더니 재산세 올리고 종부세 만들고 복지에 돈을 쏟아 붓겠다니 등을 돌린 것이다. 안철수 교수도 일부 진보지식인들의 근거 없는 주장을 믿고 잘못된 선택하지 않기 바란다.

고소득, 고학력자들이 2010 지방선거에 광역단체장 선거를 제외한 나머지 단위의 선거에서 민주당에 몰표를 주었다. 왜 그랬을까? 가장 큰 이유는 MB심판이었고, 두 번째 변수는 노무현 서거였고, 이보다 영향이 작은 변수가 무상급식이었다.

무상급식이 복지 쟁점이었기 때문에? 천만의 말씀이다. 아이들 밥 먹이는 건 예산도 얼마 들지 않고 도덕적인 쟁점이었기에 중산층이 중하층이나 저소득층보다 더 많이 지지했다. 반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지지에서 계층투표가 나타난다. 중요한 선거에서는 계층의 이익을 추구하고 덜 중요한 선거에서는 MB를 심판할 만큼 중상층은 영리하다.

중상층은 정치적으론 진보적이지만 경제적으론 보수적이거나 온건하다. 이들이 4.11 총선에서 다시 이탈했다. 특히 40대 중상층의 기권이 눈에 띤다. 정희준 교수는 김진표를 공천해서 진보진영의 표가 날아간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 아전인수도 이 정도면 헤비급이다.

새누리당 공천을 잘했다는 응답자 44.9%, 민주당의 공천 잘했다 24.2%로 나온다. 물론 민주당의 공천이 잘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민주당엔 적어도 제수씨 성폭행 혐의, 논문복사, 성추행 등으로 문제를 일으킨 새누리당 의원들이 없다. 최근 좋은 의원들이 많이 들어가 달라진 민주당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민주당 공천이 새누리당에 비해 나쁘다는 이미지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 당대표의 책임은 물론이고 언론에서 당대표를 공격한 민주당의 최고위원과 진보진영언론, 트위터리안, 진보논객 모두의 책임이다. 보수는 1%만 같아도 지지한다는데 진보는 1%만 자기생각과 달라도 비판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래서 진보진영의 집권이 가능하겠는가.

이상이 교수는 선거결과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 데에서 더 나아가 “삼성의 국정운영 보고서가 청와대에 제출됐고, 삼성과 손잡은 참여정부는 성장주의를 표방하고 취약한 사회 공공성을 확충하겠다는 공약을 내팽개쳤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교수는 관련 증거를 제시하기 바란다. 길거리 범부도 이렇게 무책임한 발언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

참여정부는 성장과 복지가 순환하는 동반성장을 목표로 제시했지 성장주의를 표방한 적이 없다. 취약한 사회 공공성을 확충하기 위해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과 함께 공급했고, 의료보험의 암치료 자기부담비율을 10%로 낮췄다. 노인연금을 인상했고, 보육료 인상, 치매보험 도입, 차상위계층 복지 등 수 많은 복지정책을 실시했으며 김대중 정부에서 추진하려던 공공기관 민영화 방안을 대부분 취소했다. 5년이란 짧은 임기 동안 양극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소하진 못했지만 미약하게나마 감소시켰지 양극화지수가 더 증가하지는 않았다. 2007년 이명박 당선은 노무현 평가와 무관하다는 논문을 필자뿐 아니라 친한나라당 성향의 선거연구자도 발표한 바 있다.

4.11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의 선거전략단장을 맡았던 김기식 의원의 발언도 문제가 있다. 김 의원은 좋은 구도에서 선거를 패배로 이끈 책임을 지고 가장 먼저 석고대죄해야 할 장본인이다. 그런데 여기 저기 언론인터뷰를 통해 여전히 노무현을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노무현이 더 적극적으로 양극화를 해소하지 못한 건 국민적 지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계층투표 나타나면 민주당 패배

진보지식인들은 복지보다 경제성장이 중요하다는 저소득층 유권자를 단 한 명이라도 설득해 민주당 지지로 돌려보았는가? 저소득층은 2002년에도 2007년에도 MB가 민생을 파탄낸 지금도 확고한 새누리당 지지층이다. 이건 정치학자들에겐 상식에 속한다. 그들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게 왜 노무현 탓인가? 그나마 지금처럼 복지주의와 경제민주화가 담론화된 건 상당부분 노 대통령의 서거로 유명해진 <진보의 미래>와 박근혜 의원 덕분이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성장에 대한 지지가 더 높은 게 우편향 일변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광역단체장 선거에 한국 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계층투표도 참여정부 5년의 성과이다. 노 대통령 임기동안 중하층이 의식화되었고 민주당 지지로 돌아선 것이 계기가 되었다. 계층투표가 등장하면 민주당이 패배하고 계층투표가 사라지면 민주당이 승리하는 대한민국의 역설을 진보지식인들은 아는지 궁금하다. 민주당이 이기려면 중상층을 잡아야 한다는 사실도 모르면서 아직도 노무현을 원망하는 민주당이 국민들은 얼마나 한심하겠는가?

국민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는 이유는 이런 의원들 때문이다. 팀플레이를 하지 않고 내부비판을 하면 과거에는 용기 있다며 잠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그들 모두는 선거에서 심판을 받았다. 요즘 유권자들은 별 걸 다 기억한다.

참여정부에 기대가 많았던 만큼 실망도 클 수 있다고 본다. 또 노무현 대통령과 정권을 담당했던 사람들은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이 세상에 어떤 정부가 완벽하겠는가. 잘못한 일이 한 두 가지이겠는가. 특히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선 노 대통령이 얼마나 많이 후회했는지 모른다. 한미FTA체결에 대해서도 “내가 뭐가 잘났다고 진보진영을 갈갈이 찢어놨다”며 울먹거렸다.

특히 노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한 미래발전연구원은 노 대통령 서거 이후 수많은 세미나를 했는데 주로 노 대통령을 비판했던 진보지식인들을 초청해 하나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의 일방적 비난을 받으며 미안하고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소위 친노들은 과학적 데이터로 사실관계를 따지는 나를 철저히 왕따시키며 진보진영과 하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일부 진보지식인의 참여정부 때리기는 정말로 집요해서 감정적 비판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진보진영의 공과는 우리 모두의 공동책임이니 참여정부의 공과도 우리가 함께 짊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자 “당신들이야 한자리씩 했으니 그러겠지만 한자리 하지도 못한 내가 왜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반문한 이상이 교수는 참여정부에서 기관장을 했던 분이다.

민주진보진영이 재집권하면 그들에게도 집권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때 그들도 무한책임을 져야 하고 부당한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갑과 을은 늘 바뀔 수 있다. 남을 비판할 때에는 자신이 받아도 정당하다고 생각되는 수준에서 책임과 근거를 가지고 해주면 좋겠다.

이 모든 문제의 1차적 책임은 참여정부 실패론의 허구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사과하고 감싸고 넘어간 참여정부 주역들에게 있다고 본다. 그들이 무조건 진실을 덮고 반성하고 화해모드로 감으로써 대선을 앞두고 진보진영의 가장 큰 자산을 깎아 먹는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참여정부 실패했다‘고 말하면 정권교체가 되는가? 민주진보진영은 국민들로부터 10년 이상 쉬라는 명령을 받게 될 것이다. 자기 살 깎아 먹는 일은 제발 그만 두기 바란다.

참여정부에 대한 애증 내려놔야 정권교체 가능

내가 참여정부의 모든 잘못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드리겠다. 그만 참여정부에 대한 애증을 모두 내려놓기 바란다. 그래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중립적 논평가로 활동하다 진보진영에 몸을 담게 된 건 시대정신인 노무현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노무현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3주기도 치렀으니 내게는 진보진영과의 인연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나는 늘 객관적 연구를 하는 사람이니 내 발언이 친노의 생각이라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몇몇 인사를 지칭해 거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드린다. 진보진영은 아무리 과학적 데이터를 제시하고 또 제시해도 점잖게 하면 보는 사람도 없고 화제도 되지 않는 거친 들판이다. 의도적으로 관심을 받기 위해 특정인을 지칭해 거친 표현을 사용했으니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

민주진보진영은 제발 서로 먼저 반성하고 화해하고 하나가 되길 바란다. 일부 진보적인 트위터리안과 네티즌도 평상시에는 가혹하게 비판하더라도 선거가 임박하면 자신의 비판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팀플레이와 절제가 필요하다. 국민은 양진영을 보다가 더 단합된 팀에 표를 준다. 다양한 사람과 집단이 모인 민주진보진영은 나만 옳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한 정책적 시각의 차이,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해야 한다.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를 진영 내부부터 실천해야 한다.

남을 불신하고 삿대질하는 건 주류에게 받은 설움을 자기끼리 상처 주며 해소하는 비주류들이나 하는 짓이다. 올해의 시대정신은 주류 진보를 원한다. 그게 안철수 현상의 핵심이다. 서로를 다독이며 위로하고 협력해도 당신들은 이 땅의 거대한 수구기득권 세력을 이기기에는 힘이 모자란다.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원치 않는 국민이 민주당이 아닌 안철수 교수에게서 희망을 찾는 이 현실을 민주진보진영의 지식인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정치인은 정치적으로 애매한게 도움이 되지만 지식인과 논객은 시시비비를 가려줘야 할 입장에 있다.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책임 있게 말하길 바란다.

* 이글은 조기숙 교수의 블로그(http://blog.daum.net/leadershipstory)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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