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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세상칼럼

‘바보’ 노무현을 사랑했던 ‘의리’의 남자 강금원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2012.08.03


‘바보’ 노무현을 사랑했던 ‘의리’의 남자 강금원


- 두 '바보'의 눈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2009년 4월. 두 남자에게는 생애 가장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치욕적인 검찰 수사와 함께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었다. 오랜 벗이자 동지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검찰의 타겟이 돼, 지병을 안은 채 영어의 몸이 돼 있었다.

강금원 회장으로부터 전갈이 왔다. 자신이 검찰청에 조사받으러 나오는 날 면회를 한 번 와 달라는 것이었다. 4월 중순 경이었다.

강 회장 면회를 간다고 노 전 대통령에게 말씀드렸다. 따로 전하실 말씀이 있는지를 여쭸다. 한 동안 말씀이 없었다. 무슨 말을 할 듯 말 듯 하시더니 “건강 잘 챙기라고, 건강 잘 챙겨야 한다고 전해주게”라고만 하셨다. 우리들에게는 “강 회장이 나 때문에 저 고생을 하는데, 면목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검찰청 특별면회실에서 만난 강 회장은 오랜 수사로 지쳐있었을 텐데도 표정이 밝았다. “나 곧 나가니까 아무 걱정 말라”며 호기가 여전했다. 검사와 검찰 수사관들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정치검찰, 아주 나쁜 놈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기세도 여전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얘기나 나오자 금세 표정이 바뀌었다. 노 전 대통령 수사 상황을 짧게 전하고, 노 전 대통령의 안부를 전했다. “대통령님은 괜찮습니다. 대신 대통령님께서 회장님 건강을 많이 걱정하세요. 건강 잘 챙기라고 하셨습니다.”

강 회장은 그 대목에서 눈물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 “나는 괜찮아요. 대통령님도 건강 잘 챙기시라고 전해줘요. 옆에서 보필들 잘 해줘요. 다 잘 될 거예요.” 그의 얼굴엔 노무현을 향한 그리움이 그득 배어 있었다.

짧은 만남이 끝나고, 강 회장이 아내를 통해 준비해 두었던 종이 쇼핑백을 내게 건넸다. “양비(양 비서관), 그거 대통령님과 여사님께 좀 전해줘요.” 노 전 대통령 내외분에게 전달해 달라는 점퍼 두 벌이 들어있었다.

다음 말이 내 가슴을 후벼 팠다. “아무리 어려우실 때라도 깔끔하게 입으셔야지. 계절도 바뀌는데. 진작 드렸어야 했는데, 내가 여기 있으니 이제야 이렇게 전하네요.” 구속돼 갇혀 있는 사람이 밖에 있는 사람 계절 옷을 준비하다니. 그는 그 와중에도 노 전 대통령 내외분을 그리 끔찍하게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봉하마을로 다시 돌아와 노 전 대통령과 마주 앉았다.

“저, 다녀왔습니다.”
“고생했네. 강 회장은 어떻던가?”
“건강해 보였습니다. 걱정 마시라고 합니다. 씩씩하고 여유도 있고 괜찮습니다. 큰 걱정 마십시오. 자기는 괜찮다면서 대통령님 걱정만 하네요. 그리고 이거, 강 회장님이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옷을 꺼내 보여드렸다. “계절도 바뀌는데, 힘드시겠지만 새 옷 잘 입으시고 힘내시라고….”나는 그 때 노 대통령의 표정과 손길을 잊을 수 없다. 점퍼는 그냥 점퍼이거늘, 마치 강 회장을 대하듯 이리 더듬어보고 저리 쓰다듬는 것이었다. 숨기려 했지만 눈가에 촉촉히 고인 물기를 숨길 순 없었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옆에 있던 참모들도 속으로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노 대통령의 한 마디가 또 한 번 가슴을 후벼 팠다. “그 사람, 나를 원망하지는 않던가?” 뻔히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얼마나 자책이 컸으면 그리 물었을까 싶어 마음이 짠했다.

노 전 대통령은 서거 전까지 강 회장을 걱정하고, 그에게 미안해했다. 당신 때문에 그가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안해 했고, 그런 그가 아무 원망도 없이 오히려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미안해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고 썼다. 그 신세와 고통의 상징이 아마도 강 회장일 것이다.

당시 강 회장 몸엔 이미 암이 번지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병보석 신청은 기각됐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나서야 그는 다시 노무현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고 오열했다.

조문을 마친 강 회장에게, 딱 한 달 전 옷 얘기를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이 그 옷을 어찌 받아들였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다시 한 번 통곡을 했다. 노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구속될 일도 없었을 것이고, 구속되지 않았으면 암을 키우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고난을 한 번도 원망하지 않았다.

생전에 강 회장은 ‘의리’라는 말을 참 좋아했다. 노 전 대통령이 정치인생 내내 호남인들에 대한 의리를 지켰기 때문에, 호남 출신인 자신도 노 전 대통령에게 의리를 지켜야 한다고 여겼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고 고통 받을 때, 자신이 더욱 의리를 지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한 번은 강 회장에게 물었다.

“회장님, 대통령님이 원망스럽지 않으세요?”
“미쳤어요? 사람이 의리가 있어야지. 우리 둘 다 좋아서 그런 거예요.”

사람들은 노무현을 ‘바보’라고 불렀다. 그 바보 주변에 많은 바보들이 있었다. 강 회장은 그 중에서도 가장 바보 노무현을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붓고서도, 그걸 아까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것을 운명하기 전까지 자책했다.

노무현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가는 길까지 그리 서둘렀는지. 두 바보가 서로에게 흘린 회한의 눈물이,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반가움의 눈물로 바뀌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 이 글은 양정철 전 비서관이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입니다. 필자와 <프레시안>의 동의를 얻어 동시에 게재합니다. 

[프레시안 기고문 보기]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20803141428§ion=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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